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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Sep 13. 2021

계기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오기 마련

Somethingis in __. But haven`t Found.


‘작가님 글을 못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30일 전, 브런치에서 불현듯 날라 온 알람. 그때는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고 그리고 오늘 또다시 알람이 울렸다.


‘작가님 글을 못본 지 무려... 15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동일한 알람이었지만 오늘 도착한 알람은 달랐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정확히 짚을 순 없었지만 뇌리에 남아 조금씩 파문을 일으켰다. 브런치에서 알람을 보낸 목적을 뻔히 알면서도 홀딱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맴돌다가 잠들었던 생각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어쩌면 무기력함이 슬슬 질릴 때가 되었거나 자극적인 영상과 글들로 절어버린 뇌가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최근 며칠간 유튜브의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이 연결해 준 영상이 준 신선함이 잠든 마음을 깨웠을 수도 있다. 왠지 마지막 이유가 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유튜브를 통해 많은 영상을 찾아보지만 그중에서도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겨보는 편이다. 다양성에 기반한 풍자와 코미디언들의 기발한 센스를 보는 재미가 있어 새로운 영상을 찾던 중 우연히 미국의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을 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지만 10분도 안 되는 영상이 끝났을 때 완전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것은 미국의 보수주의자 ‘벤 샤피로’의 토론 영상이었는데 그 사람 주장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의 논리적 주장, 이론적 무장, 토론하는 태도 등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 이후로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은 ‘조던 피터슨’, 'PC문화’, ‘마이클 샌델’을 차례로 소개해줬고 그 과정에서 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지적 만족과 탐구의 즐거움을 다시 발견했다. 그리고 그 우연한 발견은 나태해진 정신을 흔들어 깨워 공부하고, 글을 쓰고,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를 이불 밖으로 끌어내었다. 그렇게 의지로는 헤어 나올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게임, 만화, 웹소설 그리고 의미 없는 동영상으로 가득했던 일상은 우연한 기회에 반전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스스로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


‘탐구와 글쓰기를 분명 무척이나 좋아함에도 어째서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이토록 온 힘을 다해 애를 쓸까?'


어쩌다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중학생 이후 글쓰기에 집중하는 시기와 벗어나는 시기는 항상 반복되었고, 그 양 시기의 삶의 방식은 참으로 극단적으로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한참 동안 사색을 하면 할수록 많은 이유와 변명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외로움’과 ‘실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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