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인생 속에 빌런은 없을지도 모른다
책을 펴기 전 걱정이 되었다.
행여나 전작에 대한 만족감을 반감시키지는 않을지, 잔뜩 부풀려진 기대감에 혹시라도 작가가 담아둔 메시지를 놓치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에 선뜻 책을 읽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후속작이 나오면 나올수록 1편의 감동을 까먹는 경우를 워낙 자주 봤기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방어기제였다. 오랜만에 만난 괜찮은 이야기가 주었던 느낌과 메시지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2편을 출간한 작가를 탓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걱정만으로 호기심을 이기기엔 명백한 열세였기에 조심스레 책을 펴 들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개봉한 '프레이'라는 영화처럼 원작 '프레데터'에 필적하는 작품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최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힌 채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은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될 것 같다.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보시길 바란다.'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악당도, 뒤통수를 얼얼하게 후려 치는 반전도 없지만 매 챕터마다 독자를 놀라게 하고, 집중하게 만들고, 그 속에 작은 깨달음과 메시지를 남기는 작가의 솜씨는 전편과 더도 덜도 말고 똑같다. 최근 주류 소설이나 영화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루하지 않은,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작품임은 1편과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1편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군데군데 조금 어색하고 일부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훨씬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2편이 1편보다 좀 더 발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 2'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성공적이다. 일단 1편의 배경과 등장인물을 끌고 오면서 이야기의 중심을 '독고'가 아닌 새로운 등장인물로 설정한 것은 탁월한 설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 구성이 자연스레 1편을 연상하고 찾아보게 만들면서 1편과 2편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가는 재미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정말 구현하기 힘든 익숙함과 새로움, 친숙함과 흥미로움을 한 번에 담아내는 일을 작가가 해내었다.
그리고 서평에서 줄거리를 전부 풀어낼 수는 없기에 짧게만 언급한다면 2편은 '홍금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정작 주인공이 '홍금보'가 아닌 점이 또 하나의 포인트인 것 같다. 1편이 독고를 중심으로 그의 변화에 집중했다면 2편은 1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한 단계 깊이 보여주는 데 좀 더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와 작은 변화에 자신을 투영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어쩌면 2편에서 1편 보다 더 많은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찾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부분을 하나 이야기한다면 적어도 소설에서는 빌런을 마음껏 미워하게 뒀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누구 한 명 맘 편히 미워하기도 어렵고 눈치 보이는 세상 속에서 1편에선 내 삶 속의 누군가를 투영하여 마음껏 욕하고 비난할 수 있었던 빌런이 있어 좋았다. 그런데 2편에서 그 빌런조차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설득되어서 이제는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