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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Feb 19. 2019

직장인의 하루 1

운수 좋은 날

5:15

휴대폰 알람에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한다. 어제저녁에 사다 놓은 캔커피를 하나 챙겨 나선다. 새벽의 상쾌한 공기로 폐부를 채우며 몸도 마음도 가볍게 부지런히 지하철로 향한다.

5시 32분 6호선 지하철 첫 차를 여유 있게 기다리며 캔커피 한잔을 마신다. 커피를 다 마실 때쯤 지하철이 들어선다. 빈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지하철 끝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낸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출근길 동안의 영어 공부를 위함이다. 그 공부의 수준이 무척 높진 않지만 단순히 영어 실력을 쌓는 것 외에도 기본적인 영어 공부를 손에 놓지 않고 있는 것 만으로 스스로가 열심히 산다고 느껴지며 아침 시간을 고양감으로 채워준다. 이러한 고양감은 오늘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채워주는 효과가 있다.


6:40

회사 앞 체육관에 도착한다.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한 후 핸드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열고 오늘의 운동을 수행한다. 약 30~40분 정도의 운동이지만 몸의 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호흡은 가빠진다. 처음엔 힘들기만 했지만 이후 변화되는 몸을 바라보며 운동이 주는 육체의 긴장을 어느 순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성취는 쌓이고 쌓여 삶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다시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전신 운동을 마친 후 세 대 밖에 없는 골프 연습장으로 향한다. 마침 빈자리가 있기에 얼른 골프채와 내 짐을 가져다 둔다. 한 발 늦게 도착한 사람이 빈자리가 없음에 두리번거리다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니 부지런히 움직인 보상을 받는 것 같아 한결 뿌듯하다. 게다가 오늘따라 골프 스윙이 잘 맞는다. 내 평소실력보다 신체 컨디션이 좋은 건지 실수가 없이 좋은 점수가 난다. 왠지 오늘 하루는 잘 풀릴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8:30

컴퓨터를 켜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사무실 책상을 세팅한다. 그리고는 패드를 꺼내 E-Book을 켜고 독서에 집중한다. 아침의 맑은 정신은 집중력과 사고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독서를 통한 새로운 지식의 유입과 기존의 고민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영감과 깨달음이 폭발한다. 짧은 30분 간의 독서시간이지만 스스로 한 단계 껍질을 벗고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다. 한껏 고양된 심신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9:00

이제 일 할 시간이다. 하지만 그전에 주요 뉴스와 경제시황을 둘러보고 증시 시장을 한 번씩 살펴본다. 업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현황을 모르고서는 성공적인 회사생황을 할 수 없기에 꾸준히 팔로우 업하며 지식을 쌓기 위함이다.

그 후 하루동안 쌓인 메일을 살펴보며 할 일 목록을 정리한다. 오늘 하루를 나의 완벽한 계획하에 둔 채 하나씩 하나씩 일을 처리해 나간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비교하면 나 자신이 성장한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하다.

동료 직원과 후배가 내게 의견을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하며 적절한 조언을 한다. 물론 그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나의 의견보다 더 나은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지난 시간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12:00

점심시간에는 팀장님과 몇 명의 팀원과 함께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이동한다. 업무의 피로감이 싹 가실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팀원들과 일 이야기, 인생이야기, 가족이야기를 나눈다. 소속감, 유대감 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후 다시 업무시간이 되기 전까지 잠깐의 시간을 내어 독서를 한 후 다시 오후 업무에 매진한다.


13:00

유독 집중력이 좋은 오늘이다.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풀려간다. 중요한 보고가 있었지만 큰 탈없이 지나갔고 오랜 시간 준비한 품의는 완료가 되었다. 담당임원도 내 보고가 마음에 든 눈치다. 큰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에 잠시 긴장이 풀어지고 나른해지지만 켜켜이 쌓인 업무는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지친 머리를 식히고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잠시 회사 주변을 한 바퀴 정도 산책을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지친 마음을 떨치기에는 역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시원한 공기를 깊이 심호흡해 본다. 온몸에 생동감이 가득 차오른다.


18:15

오늘 해야 했던 일을 퇴근 시간에 맞춰 완벽히 마무리했다. 개운한 마음으로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을 한다. 오늘따라 담당임원 역시 일찍 퇴근 한 터라 괜한 눈치 볼 것 없이 회사를 나선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쯤 때 마침 도착한 버스를 기민하게 올라 두리번 거린다. 마침 뒷 자석에 자리가 있어 얼른 한 칸을 차지한다. 이내 버스는 퇴근시간의 인파로 가득 차 서로 밀리고 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인파에 몰려 20분 넘게 이동했어야 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시며 잠시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는다.

지하철을 갈아타고서는 구석에 몸을 기대고 핸드폰을 꺼낸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선 운동 겸 서서 가기에 앉을자리를 찾진 않는다. 대신 편히 설 수 있는 공간을 찾는데 마침 문 쪽 자리가 있기에 적당히 기대어 일본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기사 검색을 한다. 이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이런 과정들이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내려서는 동네 마트에 들러 내일 마실 캔커피를 사고 아이들이 먹을 우유나 간식을 산다. 그러고 나서 간단히 시장이나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집으로 향한다. 굳이 집에서 아이들 때문에 힘들 텐데 내 저녁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19:45

집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뛰어나온다. 내가 이 맛에 살지 싶다.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 씻긴 후 잘 준비를 한다.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한참을 다독거리고 나서야 아이들은 이내 잠이 든다.

아이들과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이들과 내 사이의 유대감이 커질수록 내 인생에서 아이들이 갖는 비중이 커진다. 그리고 그 시간이 주는 감정의 충만함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점차 이 시간이 소중해진다.


22:30

아이들을 잘 자는 것을 확인한 후 미리 맞춰둔 알람에 맞춰 일어나 아이들이 어지럽힌 방을 정리하고 내일 어린이집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내 품에서 꼬물거리는 아들내미와 장난치다 까무룩 잠이 들고나서 일어나면 이 잠깐의 휴식으로 다시금 몸의 활력이 돌아온다.

이후부터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과 영감을 글로 쓰고 정리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것이 나의 통제 아래서 완벽하게 흘러간 하루였다. 심신의 컨디션은 최고조였고, 오늘 하루가 나를 한 단계 더 위로 끌어올려준 것만 같다. 이런 충만하게 차오른 만족감과 고양감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내 남은 날들이 오늘처럼만 흘러간다면 내 인생이 한층 가치 있게 될 것만 같다.


00:30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내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까무룩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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