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류쉬안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가진 마법의 학문은 아님에도 우리는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부족함에 대한 해답을 왠지 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역시 일상에서 느끼는 허전함과 불안함에 대한 해답을 책 속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삶이 그렇듯 처음 기대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지만, 또 역시 모든 책이 그렇듯 그 자체로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의미 있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뭔가 획기적인 삶의 지침이나 신기한 심리학의 마법이 아닌 대단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들은 세세한 행동규칙이나 마음가짐이다 사뭇 너무 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통 자기 계발서들은 이렇게 하면 나처럼 성공할 수 있다 내지는 성공을 위해선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와 닿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작 그 저자들은 그렇게 행동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보니 이게 필요해라는 경우가 많아 신뢰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와는 차별적이었는데 저자가 고민하고 본인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온 내용에 대해서 심리학을 곁들여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왜 노력해야 하는지 조금 더 설득력이 있던 것 같다. 거창한 담론과 명분이 아닌 삶 속의 행동규칙으로 삶을 만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 본인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들어가 있다 보니 스스로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는 법이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휘둘리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되뇔수록 점차 증폭되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과도 같아서 잘 다스리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해 왔는데 이 책에서 평소 내가 느낀 점들을 잘 풀어 설명하고 있어 놀랍기도 했고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내심 기뻤다.
실제로 작가가 제시한 행동지침과 습관은 꽤 현실성이 있었다. 운동, 냉수목욕, 햇빛 쬐기, 자세 바꾸기, 명상하기와 같이 너무 뻔하고 디테일하지 않나 싶어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갖고 있던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행동 규칙들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기에 달리 보였다. 이런 공감은 그동안 자기 확신이 없었던 부분에 자신감과 확신을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그 외에도 게으름을 극복하는 법과 부부관계에 대한 부분도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자신의 욕구를 원숭이로 비유하여 이를 길들인다는 발상은 신선했다. 카르페 디엠과 미래를 위한 현실의 희생 속에서 항상 고민하게 되는 데 정작 카르페 디엠과 현재의 본능적인 만족 추구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저런 핑계에 기대어 점차 게을러졌음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최소한 내 안의 원숭이를 만난 것 만으로 이 책을 읽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원숭이를 상대하려면 정말로 동물 길들이듯 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반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며... 자신에게 보상을 하는 동시에 그 좋은 기분으로 다음 목표와 보상을 계획해 일련의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자"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 역시 그렇다. 내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답이 있었지만 내심 불안함이 있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내가 왠지 바보 같이 구는 건 아닐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기가 막히게 그런 부분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게 자기 확신을 통해 번뇌를 털어버리고 조금 더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 것 같다.
"부부가 안정감에 집착할수록 외도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감에 집착하여 불안해하는 상태가 부부의 친밀감 형성을 저해해..."
"왠지 모를 불안감에 저절로 타인을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소통, 이해, 존중 세 개의 키워드만 되새겨보라"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뻔하지만 요긴한 행동수칙'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심리학이 우리 삶에 이렇게 쓸모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