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김종목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 쓰기
글을 쓰겠다는 꿈을 오래 가꿔 왔고 열심히 습작과 독서를 병행했지만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궁금증의 연장 선에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24명이나 되는 작가들의 글을 쓰는 이유를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듯이 본인 역시 어떤 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그리고 진정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 글이 최선인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항상 혼란스럽고 고민되기 때문이다. 취미로 글을 쓰는 아마추어인데도 이럴진대 프로의 영역의 들어선 작가들은 과연 어떨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혁명은 빠른 발걸음이 아니라 단호한 발걸음" - 철학자 진태원 선생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 아님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트렌드를 따라갈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서 가슴에 꼭 새겨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나는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단호하게 흔들리지 않고 완성도 높게 결말을 낼 수 있을까?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설령 힘든 길일지라도 취미로든 재미로든 직업으로든 글을 쓰고자 한다면 명심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인문학의 목적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 철학자 강신주 선생
어떤 학문이나 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타이틀을 획득한 사람들은 글 속에 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을 담곤 하는 데 참으로 멋있어 보인다. 결국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의지의 표출이자 의견의 개진이며 사회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임을 되새길 수 있는 이야기다.
어떠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꾸준한 연구와 학습이 없이 그저 주변의 일상과 감성만을 표출하는 현재의 글쓰기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평범한 내가 쓸 수 있는, 써야 하는, 쓰고 싶은 영역은 과연 무엇일까?
문득 10대 시절 시와 문학의 세계에 푹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어쩌면 바쁜 일상에 잊은 그 마음이 내가 써야 할 글은 아닐는지...
"고통스럽게 쓰되, 쉽게 읽혀야 한다. " - 법학교수 김두식 선생
어찌 보면 논픽션 영역의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더욱 이러한 원칙을 세우지 않았을까? 하지만 문학 역시 아니 문학이 더욱 이 명제를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결국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쉽게 읽히고, 가슴속에 전달될 수 없다면 그것은 그냥 개인적인 일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세계에 갇혀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서평과 다양한 에세이를 쓰는 것에 불과하지만 독자들에게 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문체가 확립되길 기대하면서.
" 글쓰기는 천재의 산물이 아닌 노력의 산물. 무엇보다 쉬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 - 군사평론가 김종대 선생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해선 자신감이 있기에 감사하지만 사실 별로 믿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사람의 재능과 머리가 노력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앞으로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가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니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이 독자들에게 의미 있게 읽히기를 바라는 것이니까.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게 해주는 정확한 문장. 정확한 문장을 쓰지 못하면 어떤 인식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 - 문학평론가 신형철 선생
한동안 시 쓰기에 빠져 있을 때 집중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한 단어, 한 문장, 점 하나 찍는 위치까지도 고민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시를 쓰다 보면 정말 하나의 단어와 문장이 갖는 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에세이 중심의 글을 촉박하게 찍어내듯 쓰면서 이런 고민이 적어지고 자연히 글의 흐름에만 집중하게 되고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지 못했다는 반성이 들어 입맛이 썼다.
글을 쓴다는 것이 진정 의미가 있기 위해선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내가 닿고자 했던 곳으로 독자를 이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글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 글을 쓰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게을리하면 , 그 순간 글쓰기는 맹목적인 행위가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 - 문학평론가 정여울 선생
이 말에 어떠한 이야기를 붙일 수 있을까. 장르 불문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이 되새김질해야 할 그런 이야기일 터이다. 지금도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찰나의 생각들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잘 붙잡아두는 일" - 문학평론가 정여울 선생
이 말이 어떤 힘을 갖는지 겪어 본 사람은 안다. 실제로 이 책에 언급된 작가들 중 정말 많은 사람들이 메모와 아이디어를 통해 글의 주제를 찾고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러 메모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글의 주제를 찾기 쉬웠고 막상 그런 순간의 감정을 잘 정리한 글이 고민하며 쓴 글 보다 훨씬 반응이 좋은 경우도 많았다. 단순히 이론과 생각으로 정리하기보단 순간의 생각과 감정들을 잘 갈무리하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글로 먹고사는 프로 작가들의 이야기 속에선 아마추어인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이야기는 많았다. 읽는 사람에 따라선 그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수준밖에 안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도 그냥 넘긴 이야기도 많고 감흥이 없던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 중간에 툭 튀어나오는 그들의 철학과 연륜은 다시 한번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고 조금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잡고 있던 시간은 보상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