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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Nov 11. 2019

결혼을 해도 결국 혼자다.

외로운 유부남의 고백

결혼을 해도 외롭다.  

처녀 총각들이 결혼에 대해서 가끔 착각하는 것이 있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평생의 내 편이 생겨 삶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설령 꼭 그렇진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결혼 전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

 
물론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거나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전체 결혼 생활 중 정말 일부분일 뿐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인생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결혼을 해도 결국 자기 인생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 오히려 가정과 자녀에 대한 책임감까지 더해 어깨만 무거워질 뿐이다. 굳이 따지고 보면 결혼을 하면 내 인생에 희생의 의무만 추가되는 셈이다.

결혼을 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 신혼이 끝나고 아이들이 좀 크면, 부부는 어느 순간 각자 열심히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덧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여가를 보내고,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쉬며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편해지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고, 공감대가 흐려진다.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론 가족 간의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와 노력을 많이 해보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각자의 삶이 바빠 가족이란 공기처럼 배경처럼 존재할 뿐이지, 각자의 삶에서의 비중은 점차 흐릿해진다. 그리고 결국 때가 되면 가족은 가정이란 둥지를 떠나 오롯이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이들은 독립을 할 것이고, 부부 역시 각자의 삶을 찾아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 순간 점차 혼자가 된다. 나이가 들 수록, 결혼기념일을 깜빡할수록, 아이들이 커 갈수록, 회사에서 연차가 올라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시간은 외롭다.



결혼 생활이란 것은 부부 각자 인생의 교집합에 불과하다. 


각자의 여집합에 대해선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으며, 가끔은 알아서도 안된다.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가정 밖에서의 자기 삶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 대해선 가족조차 간섭할 지분이 없다. 가정마다 차이가 있다면 교집합의 영역과 크기 정도일 뿐 기본 틀은 다르지 않다.

교집합에서는 가정의 안정감과 소속감에 기댈 수 있겠지만, 여집합의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살을 에이듯 차가운 현실을 다시 마주쳐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은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고 이겨내야 할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교집합과 여집합의 온도차가 클수록 우리는 외로움에 대한 내성이 약해져 왠지 외로움을 더욱 크게 느낀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 슬픈 이유는 어느 순간 여집합에서 견디지 못해 교집합으로 도망치려 했을 때 교집합이 점차 줄어들어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이상 도망칠 교집합이 남아 있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거리게 된다. 


반대로 어떤 때는 교집합에 나 혼자만 있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여집합의 영역에 머물고 교집합으로 돌아올 줄 몰라 혼자서 교집합의 영역을 지키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오히려 결국 인생은 혼자임이 더욱 절절히 다가온다. 



내 인생길 위에는 나만 서 있다. 


혼자 걷는 길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이 운명의 길에서 내릴 수는 없다. 결혼을 해도 이 외로움은 피할 수 없다. 이 절대의 명제를 부정하려 하면 할수록 우리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칠 뿐이다.

오늘도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외로움을 문득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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