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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Mar 13. 2020

중요한 것은 힘을 빼는 것

노력보다 탈력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힘을 빼는 것이다. 이른바 '탈력'이다.
실제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억지로 목과 몸에 힘을 가하고 어색한 자세를 취하면 소리가 틀어진다. 반대로 음이 깨끗하게 나올 때를 되돌아보면 소리를 내는 기관 외의 부분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고음과 저음을 불문하고 이는 동일하다.
노래를 부를 때 평상시에 사용하는 힘 정도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보컬 트레이너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힘을 빼기 시작하면서 노래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창 노래방을 다니던 20대 초반에 부르지 못하던 노래들을 나이 40을 앞두고 오히려 편안히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그 증거다.  이 것을 진작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아쉽다.

'탈력'이 필요한 것은 노래뿐일까? 절대 아니다. 반대로 인생 전반에 발생하는 모든 면에서 수준 이상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선 탈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유가 있어야 시야가 넓어지고 판단이 유연해진다. 실수가 줄어들고 본이 가진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이 운동이 됐든, 시험이 됐든, 업무가 됐든, 발표가 됐든 일맥상통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긴장을 해서 일을 망치고 실수를 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 중 시험만 치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 시험을 망치는 사람이 있었다. 대학교를 삼수인가 했는 데 이게 트라우마가 되어 이후 수능이든 토익이든 모든 시험을 칠 때 기저귀를 찬다고 한다.

하지만 '탈력'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힘을 주는 부위와 타이밍을 완벽히 숙지해야만이 진정한 탈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를 때 탈력을 한다고 흐물흐물 온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아니다. 목과 성대 쪽은 상황에 맞게 힘을 었다 풀었다를 반복해야 하며 언제나 등은 쭉 펴고 배에는 적당한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별 힘을 들이지 않것 같지만 노래를 부르고 나면 피곤이 몰려온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탈력은 필요한 곳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며 쓸데없는 심적, 육체적 에너지의 소모를 줄여야 한다. 그랬을 때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노래를 부를 때 배에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데 이는 그 사람이 가지는 평균적인 힘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배에 힘을 세게 줄 수 더 단단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성대 단련이 되면 될수록 더 좋은 소리를 낸다. 그런데 억지로 힘을 주면 안 된다. 그럼 답은 하나다. 복근을, 성대를 단련해야 한다.
결국 기본기를 충실히 쌓고 공부하며 자신의 기본 역량 자체를 높여야 한다. 역량이 바탕이 되지 않는 노력은 본인을 기대치까지 올려놓지 못한다.    

그런데 '탈력적인'자세를 유지하면 부작용이 있다. 주변에서 넌 항상 왜 이렇게 여유롭냐며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열정적이지 않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훌륭한 퍼포먼스로 이 모든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느냐만은 세상 일은 꼭 그렇게 내 뜻대로 흘러가진 않는 법이다.
아무래도 빠릿빠릿하고 긴장한 티를 팍팍 내야만 훌륭한 직원이고 애가 괜찮다는 사람들이 있다. 탈력적인 인생을 사는 내게 그런 기대와 강요는 참으로 부당하다. 그렇지만 그 또한 하나의 사회생활의 '액션'임을 아는 나이다 보니 오늘도 적당한 긴장미를 보여주며 여전히 탈력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정진 또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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