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한 지 2년이 다되어 간다. 아직 햇수를 헤아리는 걸 보니 2년이란 시간은 지금 상태에 나름 적응을 하고 살고 있게는 하지만 희미해지지기에는 부족한 시간인가 보다. 때때로 생각이 많을 때에는 과거의 어떤 일들이 쌓여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내가 행동을 달리 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언제고 일어날 일,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기를 잘했다고 결론을 짓게 된다.
이혼 전에는 이혼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건지,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혼 전의 상태보다는 나아지는 건지, 그리고 뚝 부러져버린 것 같은 인생에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혼 후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것이다. 드라마처럼 이혼한다고 사업이 갑자기 성공한다거나 나를 구원해 줄 누군가가 나타나 건져 올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혼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나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아이의 미래를 홀로 감당할 수 있을지 몸 전체가 통째로 칭칭 감겨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집에서는 일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직장에서는 아이 때문에 동료에게 미안해하며 양쪽에 끊임없이 양해를 구하며 살고 있다. 나는 나대로하고 싶은 일들을 맘껏 해내지 못해 자괴감에 휩싸이고 아이가 슬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조차 전남편을 맘껏 미워하지도 못한다. 그저 그 사람도 잘살기를 그리고 나는 그 사람보다 더 잘살아내기를 노력할 뿐이다.
그래도 2년 전 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증오하는 사람과 함께 살며 나 자신을 갉아먹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결혼을 꿈꿔봐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옆에 생겼다는 것, 아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아이가 20살이 되는 해만 기다리고 그때의 이혼을 꿈꾸며 나의 시간도 얼른 지나가기를, 나의 젊음이 얼른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던 이혼 전과는 달리 지금은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까울 만큼 소중해졌다. 3년이 지난 나, 4년이 지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나는 내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