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아이가
"엄마, 재혼가족도 꽤 괜찮은 것 같아."
라고 이야기했다.
요즘 학교에서 다양한 가족의 중류에서 배우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핵가족, 대가족, 그리고 우리처럼 한부모가족이 있다고 설명하며 엄마가 재혼을 하면 새아빠도 생기고, 오빠나 언니도 생길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을 한다. 엄마나 아빠가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던 아이가 교과서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다니. 뜬금없으면서 기특하다.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이의 표정이 썩 개운하지가 않아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그냥 지식으로 알기만 한 게 아니라 00이가 너의 상황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본 것도, 그리고 그걸 엄마에게 정리해서 얘기해 준 것도 정말 기특해. 그런데 뭔가 걱정되는 게 있어?"라고 아이에게 묻자
"사실.. 아빠랑 멀어지는 것 같아서 슬퍼."라고 대답한다.
역시나 아빠에 대한 애착도 컸던 만큼 멀어지기 싫은 마음이 컸나 보다. 아이에게 혼란을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잠시 주저하다 이야기를 해줬다. 엄마가 남자친구가 생기고 아빠가 여자친구가 생겨 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하거나 호칭을 새아빠, 새엄마라고 한다고 해서 원래의 엄마, 아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엄마도 너의 아빠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게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는 일지라도. 엄마가 착해서가 아니라 너의 아빠이기 때문에.. 00이의 아빠가 행복해야 너도 행복한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엄마, 아빠가 이혼할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혼을 한 게 아니라 미래의 여러 일들까지도 염두에 두고 한 것이기 때문에 너는 걱정할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주었다.
말하고 나서도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10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그냥 엄마, 아빠는 평생 따로 살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고 각각 너만을 바라볼 거라고 안심을 시켰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나조차도 명확한 확신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도 아이와 대화를 하며 깨닫는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