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도 안 하던 중고물품 거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작년에 호기롭게 시작했던 공인중개사 공부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보지도 못한 새책을 그냥 버리자니 아까워 당근마켓 어플을 깔고 가입을 하고 동네인증까지 마쳤다.
전자기기 받침대로 쓰던 책들을 꺼내 사진을 찍고 설명을 올리니 구매하려는 분들이 있었고 그중 제일 먼저 연락온 분이랑 채팅을 했다. 그렇게 비싼 가격에 올린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가격을 깎는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빨리 팔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중간 가격으로 협상을 하고 내가 책을 가져다 주기로 했다.
대화 중에 연락온 뒤의 사람들에게 내가 처음제시한 가격대로 팔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팔기로 한 사람에게 파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끝까지 나름의 의리를 지키며 거래 당일날 다시 한번 채팅을 보냈다. 도착시간에 미리 나가있겠다는 답변까지 들은 후 약속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는데 갑자기 죄송하다는 채팅과 함께 구매의사를 번복하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답변을 하려고 하니 대화 상대에게 차단되었다는 문구가 떴다. 본인은 구매할 의사가 없으니 내 답변 따위는 듣고 싶지는 않았던 걸까? 책을 사도록 회유하거나 매너 없는 태도를 질책을 할 의도는 없었지만 막상 차단되었다는 메시지가 뜨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뒤에 연락온 분들에게 채팅을 해보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의 책을 구매한 뒤였다. 그냥 두어도 될 책을 괜히 팔겠다고 사진을 찍고 묶고 차에 싣는 수고를 했다고 생각하니 당근거래조차 제대로 성사되지 못한 저 책들이 괜스레 언짢게 느껴졌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판매자가 물건을 집까지 가져다주는 경우는 드문 경우이고, 그럴 경우 보증금으로 얼마를 받아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워간다. 다음에 이 책을 사용할 분이 나타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팔아야겠다. 그리고 나를 차단한 구매자님..! 부디 그 시험 꼭 합격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