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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Mar 06. 2023

우리 반, 수한이

수한이는 올해로 3년째 같은 반을 하는 아이이다. 중력이 뛰어나고 장난기가 있지만 차분한 성격에 호기심이 많다. 만 3세 때 어머님께서 유치원 적응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셨는데 다행히 남자 친구 몇몇과 친해지더니 적응을 하고 만 4세 때에는 여자 친구들과도 꽤 많이 친해져 안정적으로 생활했다.


수한이는 앞니가 하나 빠져있다. 수한이와 처음 만난 게 코로나 발생 이후라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몰랐다가 어느 날 점심시간에 발견하고 그 귀여운 모습에 한참을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앞니 하나가 빠진 채로 서툰 젓가락질을 하며 쌈까지 싸서 야무지게 먹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학부모 상담 때 앞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다쳐서 빠졌지만 유치라 괜찮았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수한이는 아침이면 교실에 들어와 조용히 책을 읽는다. 여느 아이들처럼 칭찬을 바라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가방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도서관 앞에 앉아 집중을 한다. 아마 집에서 길러진 습관 덕분이겠지.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가 유치원에서도 보인다. 수한이 본래의 무던한 성격과 부모님의 올바른 교육관이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수한이는 놀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끼어 놀거나 놀이를 주도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면 항상 "선생님, 도와주세요"라는 눈망울을 가지고 나에게 온다. 그럼 나는 손을 잡고 수한이가 하고 싶은 게 있는지 같이 교실을 둘러보고 끝끝내 찾지 못하면 색종이 접기를 하며 이야기를 한다. 주말에 있었던 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 좋아하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느새 곤충 하나가 완성이 된다. 그러면 수한이는 친구들이 혹 망가트릴까 봐 "가방에 넣고 올래요."라고 말하고 가방에 쏙 넣어놓는다. 집에서 색종이 접기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며 조잘거리는 수한이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만 5세 입학식에서 수한이는 선생님도 같고, 교실도 같아서 인지 완전히 자신감을 충전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학부모님에게 설명을 하고 난 뒤에 아이들에게 궁금한 게 있는지 물어봤다. 유일하게 수한이 혼자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다소 엉뚱한 질문이어서 모두를 웃음 짓게 했지만 수한이가 학부모님과 처음 보는 친구들이 있는데서 발표를 했다는 자체가 대견했다. 


오늘은 입학식 이후 아이들과 만나는 첫날이다. "수한아, 선생님이 너 좋아하는 거 알지?"라고 물으면 "네, 알아요!"라고 대답하는 수한이와 만나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얼른 만나서 방학 동안 무얼 했는지 어떤 걸 느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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