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시간 Sep 03. 2023

어찌하다 보니 집회 참석

교사 총궐기 추모집회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참사는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이다. 당시에 초등학생이었지만 뉴스를 볼 때마다 유치원생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후 몇 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어디선가 모기향 냄새가 나면 자동적으로 씨랜드 화재사고의 참혹함이 느껴져 모기향 주변에 물건을 치워놓곤 했다. 그 이후 추모홈페이지에 위로의 글을 올리기도 하며 초등학생인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카페가 생겼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게 잊혀갔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두 번째 참사는 4·16 세월호 참사이다. 그날이 마침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하는 유치원 현장체험학습일이었는데 갑자기 학부모님에게 연락이 쏟아졌었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기사를 찾아봤고 전원 구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유치원으로 출발했었다. 사실이 아님을 알았을 때는 그날 밤을 꼬박 새우며 보냈다. 그리고 내 아이가 태어난 년도에 발생한 사건이라 4월이 되면 그만큼의 햇수를 헤아리며 아이들과 세월호에 관해 이야기하고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기록을 다시 한번 들쳐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마음이 먹먹한 채로 보내다가 그마저도 잊혀갔다.


그러다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어쨌든 살았있고 그 선생님은 끝끝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살아있는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가 힘들었다. 단순히 애도나 추모, 위로의 마음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두 공감의 의미로 쓴 글이었겠지만 자신이 운이 좋아 그런 학부모를 만나지 않았고 언젠가 자신에게도 닥칠지도 모를 일이었다는 교사의 글들도 보기가 불편했다. 나 역시 그 선생님의 그 자리가 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지독한 학부모님을 만나 심하게 괴로웠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동의 양과 크기를 도대체 가늠할 수 없는 그 학부모님은 하루는 나에게 아동학대를 한 것이냐며 소리를 쳐대고, 말 하나하나를 녹음하고, 아이의 조그마한 변화도 사진을 찍어놓고, 아이의 뜻 없는 말들도 모조리 영상으로 찍어놨었다. 그러다 또 하루는 급한 일이 있다는 키즈노트의 알림장을 보고 위중한 일인가 싶어 연락을 하면 자신의 가정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퇴근 후 2시간씩 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 학부모의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끊는 전화는 나에게 너무나 버거웠다. 내가 정작 이혼을 해서 힘들어죽겠는데 그 가정의 부부문제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건지 싶었지만 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또 어떤 꼬투리를 잡아 나를 잘근잘근 밟아놓을지 두려웠기에 그냥 들어주고 위로해 줬다.  


그렇게 2년 정도를 보내고 나니 나는 포기라는 걸 배웠다. 그 포기는 열과 성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이의 신변에 크게 문제가 생기는 사안이라든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입혀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그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절대로 학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 위에는 더한 학부모님이 계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내가 연구하고 준비한 수업을 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그 아이 중에 정말로 놀이와 활동에 흥미가 있는 아이를 이끌어주는 정도의 소극적인 교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나로 인해, 내가 어떻게 노력한다고 바뀔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접었다.


지금 내 태도가 맞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잊지 않기로 했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성직관만으로 이 직업을 대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이 하는 천진난만한 이야기가 재미있어 귀를 기울였던 내 모습을 되찾고 싶었다. 이 글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기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렇게 해야 하는 수백만 가지의 이유를 다 적을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다시 해보려 한다. 물론 이 시도에 교육부는 징계와 감사를 운운하며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했지만 제발 선생님들이 전쟁터 같은 교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반, 신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