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대하여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by 샤이
출처: 우리들의 블루스 tvN
내 굵은 등짝에 곱지만 아구진 그 새끼 손이 닿을 때 모든걸 알 수 있었다. 보모 형제 다 살아 있어도, 살 섞고 살았던 남편이 세명이나 있어도, 세상 귀하고 아까운 딸이 있어도 미란에게도 이 험한 세상에서 만만하고 편한 사람이 나뿐이란걸..
부모 없고 남편 없고 자식 없는 나에겐 더더욱이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미란이 한 사람 뿐이라는걸...그 밤 우리에게 예전보다 더 진한 더 깊은 추억 하나가 생겼다.

-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은희 대사



2022년도에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의 이정은 배우님의 대사이다. 은희와 미란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대사로 오랜 우정에 대한 마지막 결론은 위의 대사였다. 오해로 얼룩진 두 사람의 우정이 에피소드 마지막에서야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은 이전의 시간보다 더한 추억과 우정을 만들어 나간다.


이 에피소드를 보며 나도 그녀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녀들처럼 가족보다 더 만만한, 세상 만만한 친구가 내 옆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이 에피소드를 본 여성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미란이에게도, 젊은 시절부터 악착같이 모은 돈 빼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은희에게도 결국은 세상 만만한 사람이, 세상 제일 편한 사람이 서로라는 사실을 아마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둘만 알겠지. 그녀들의 깊은 우정은.


우정이라는 것이 오랫동안 봐온다고 쌓이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오랜 시간 서로에게 잊히지 않고 함께한다면 그 시간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또 우정인 것 같다.


학창 시절 14년, 대학생 4년, 대학원생 2년, 직장생활 1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 또 다른 지인들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들 중에서 미란과 은희처럼 세상 편한 건 20년 이상 된, 몇십 년 동안 내 옆에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켜준 친구들이 아닐까.


비록 지금까지 진짜 인생은 시작도 안 했다는, 진정한 희로애락은 지금부터라는 40대에 들어선 지금, 그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지만, 그래서 만나자는, 밥 먹자는 말 한마디 쉽게 건네지는 못하지만, 언제든지 전화 한 통에 달려올 수 있는 친구들. 힘들다는 메시지 한 통이면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와 왜 그러냐며 물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기에, 지금 그들과 만날 수 없는 일상의 바쁨이 그들과의 영원한 단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서 희로애락 들이 다 지나가고, 정신없는 시절이 다 지나가고, 만나자는, 밥 먹자는 말한마디가 자연스러워지는 때가 오면 우리는 다시 20년 전, 30년 전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소한 것에도 웃고 떠들고,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그 시절로. 서로의 안부가 그날 하루의 시작이었던 그 시절로.


그 때까지 잘살자. 건강하게.

유난히 너희들이 보고 싶은 2월의 토요일 아침에. 너희에게 보내는 짧은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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