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순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기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소설, 모순 p296
양귀자 작가님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소설 모순의 한 구절이다.
1998년에 첫 출간된 이후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는 이 소설은 '스물다섯의 안진진'이 그 주인공이다.
얼굴은 똑같지만 삶을 정반대인 일란성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인생을 보고 자라면서, 모순 같은 삶을 일찍이 깨달은 그녀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 한다. 그리고 선택하려 한다. 엄마와 이모처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두 남자 중에서 한 명을.
위의 대사는 이런 안진진이 내뱉는 대사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자신들이 겪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물론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충고 비슷한 이야기를 건넨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들이, 그들이 나에게 건넨 이 이야기들이 혹은 내가 그들에게 건넨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닿았을까?
물론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은 조금이나마 상대방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나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충고라는 이름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그들은 처음의 선택대로 나아간다.
왜냐하면 사람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알기 때문에.
그리고 비록 그 일이 나쁜 쪽으로 결론이 날지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한 가지의 경험을 추가할 것이고, 인생에서 또 한 계단 성장할 것이다.
물론 잘 이겨낸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선 쉽게 말을 내뱉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사람은 무수히 많은 경험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각자가 겪은 경험들이 다르기에 각자 다른 생각과 각자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과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당신과 다른 사고방식이나 관점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들은 다른 목표, 다른 견해, 다른 욕구, 다른 가치관을 지닌다. 따라서 사실 대부분의 논쟁은 의견이 아니라 경험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 불변의 법칙 p382
그렇기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은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하라고.
그러니 이제는 나의 사람들에게 섣부른 충고 따위 하지 않기로 한다.
물론 나의 인생이 다른 이에게 충고를 할 수 있는 인생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인격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모두 각자의 인생이다.
무수히 많은 경험들로 각자의 인생이 만들듯 내가 그들이 만들어갈 인생을 막을 자격은 없기에 나는 내 경험을 들려줄 수는 있어도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그리고 내 인생도 내 몫이다.
인생은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모순 덩어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