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쑥 자란 우리 아들

by 샤이

아이들이 유치원 때까지는 몸은 자라지만 생각하는 것, 정신적으로는 크게 자랐다고는 못 느끼는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 되니 부쩍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신체적으로는 아이들마다 성장의 속도가 있으니 다르겠지만 정신적으로 말이다.

우리 아들의 경우는 특히나 2학년이 되니 1학년 때보다 훨씬 엄하신 남자 선생님을 만나서 그런지, 아니면 그럴 때가 돼서 그런지 한순간에 너무 커버린 느낌이다.


어느 날, 자기 방에서 색종이를 잔뜩 가지고 와서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서 몰래 적더니 나에게 뽑아보라고 한다. 영문도 모른 채 몇 장 뽑아서 보여주니 좋은 거란다. 마사지 쿠폰이라나. 또 다른 쿠폰은 더 좋은 거라며 커피쿠폰이란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자기 용돈으로 커피를 사준단다. 정말 진심으로 눈물 날뻔했다. 말만이라도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사줬다. 커피와 케이크를. 그리고 그 뒤로도 종종 사준다. 명절 때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받는 용돈의 반은 저금하고, 반은 자기 지갑에 차곡차곡 모아 어느 정도 모이면 이렇게 쿠폰을 빙자하여 엄마아빠에게 커피도 사주고, 케이크도 사준다. 나중에 아들이 커서 직접 번돈으로 선물이라도 사주면 난 펑펑 울 것 같다.


두 번째, 가끔 너무나 피곤해하는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 자주 아파하는 어깨를 주물러준다. 예전에는 해달라고 해달라고 졸아야만 해 줬는데 지금은 알아서 해준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힘이 꽤 세다. 아들이 마사지해 주는 강도가 나에게는 딱 적당하다. 물론 아들은 2분 만에 힘들다고 그만하긴 하지만 그 2분이 중요한가. 엄마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아들의 마음이 중요하지. 아들이 한 번씩 해주는 마사지 2분이 그날 2시간을 더 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세 번째, 누군가로 인해 화를 내고 있으면,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말로 툭툭 한 마디씩 던지는 아들. 아들의 말을 듣고 있어도 화가 안 풀려 몇 날 며칠 화를 내다가 결국 시간이 흘러 화가 가라앉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아들의 말이 맞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인지 모르겠다.

가끔(사실은 매일) 아들을 혼내다가도 다시 아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상황에서 아들의 입장이 있고, 아들이 그 행동을 한 이유가 있다. 엄마의 화가 가라앉으면 그제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아들. 결국 섣불리 화를 낸 엄마인 내가 문제다. 언제부터인지 아들 앞에서 지게 되는 나.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쩍 커버린 아들. 이러다가 더 훌쩍 커버려 내 곁을 떠나버릴까 봐 무섭기도 하지만, 슬슬 독립해 나가는 아들과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고 커가는 아들이 대견하다. 언제가 내 곁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걸어갈 아들. 아들이 걸어가는 그 길에 엄마인 내가 언제나 마음으로는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 주기를 바라며, 화를 많이 내는 엄마이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대로였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그만 화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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