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순간들

사소한 행복들

by 샤이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행복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나는 편두통을 앓고 있다. 그래서 3개월에 한 번씩, 길게는 6개월에 한 번씩 대학병원에 다닌다.

편두통을 앓고 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편두통이 오기 시작하면 일반 진통제가 아닌 편두통에만 먹는 진통제가 따로 있다. 그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하고, 편두통 환자가 매일 먹는 예방약이 따로 있다. 그리고 다행히 몇 달 전부터 새로 나온 편두통 주사제가 있다. 이 주사제를 맞으니 일주일에 2~3번 오던 진통이 2~3주에 한 번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3개월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니 아들이 학교에 가는 평일 오전에 난 병원을 방문한다.

바쁜 하루속에서 대학병원을 방문해야 하다는 건 오전 시간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 시간은 고작 5분에서 10분인데, 오고 가는 시간, 대학병원이다 보니 예약을 했음에도 진료실 앞에서 기다려야 하고, 그리고 약을 처방받아야 하고. 그래서 항상 병원 가는 전날에는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병원 가는 날 아침에는 날 기분 좋게 하는 그 무엇이 있으니 바로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병원 가기 전에 들리는 맥도널드. 그리고 나를 반겨주는 맥모닝과 맥커피다. 병원 가는 날 아침에만 맛보는 그것. 몸에는 안 좋다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병원 가는 날 아침에만 먹는 맥모닝과 맥커피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사소한 행복이라는 걸 맛보기도 한다. 그 잠시동안의 행복으로 힘을 내 그날 하루의 일과를 마친다.


행복은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 건대 입구 쪽에서 우리 가족은 분위기 좋고,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를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 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그곳은 20대의 젊은 청춘들이 가는 곳이었고,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찾아간 우리가 갈 곳은 아니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와 아들. 결국 차가 주차되어 있는 길로 그대로 돌아가는 길에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온 상태인 내가 있었고. 아무 카페나 들려 커피를 테이크아웃이나 할까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자리가 많은 카페가 하나 눈에 보였다. 무조건 들어갔다. 힘들어서. 그리고 나는 아메리카노, 신랑은 달달한 아인슈페너, 아들은 초코라테를 한잔씩 시켰다. 그리고 신랑의 아인슈페너를 맛만 보는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 맛있어서.

여기였다. 아인슈페너 맛집이. 그렇게 공들여서 인터넷으로 검색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힘들게 돌아다닌 후 찾아서 더 맛있었을까.

아무튼 인생은 아무리 살아도 모르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행복은 아인슈페너 한잔으로도 오는 것인가 보다.


요즘 우리 아들과 나의 최대의 행복은 동네에 새로 생긴 계란빵과 와플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이다.

사실 여기의 계란빵과 와플이 우리 모자에게만 유명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동네는 카페거리로 유명한 곳이라 카페가 워낙 많기도 하고, 지금도 건물들이 리모델링을 거듭하며 그 자리엔 카페가 하나씩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카페를 워낙 좋아하는 아들은 카페가 새로 생길 때마다 한 번씩 가봐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생긴 카페는 아들에게는 계란빵과 와플 맛집이었다. 그 뒤로 우리 아들은 하교 후 학원 일과까지 끝내고, 일주일에 한 번 여기 카페에서 와플과 계란빵까지 먹는 게 요즘 최대의 행복이다. 물론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먼 곳으로 여행 가는 것, 비싼 물건을 사는 것, 좋은 집에 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삶도 꽤 괜찮은 삶인 것 같다.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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