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맘의 가족동화

<구멍가게 신비한 비밀> - 3화

by 글쓰는 맘



- 3화 -


소율이는 내 손을 잡고 아빠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우리 아빠한테 인사해.”


소율이 아빠는 침대에 누워 계셨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눈만 천천히 움직여 나를 바라보셨다.


소율이 말처럼 웃고 계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 눈빛이 꼭 미소 짓는 표정 같았다.


간병사 아주머니와 소율이가 아빠에게 나를 소개했다.

아빠는 대답 대신 눈을 한 번 깜빡이셨다.

그게 인사인 것처럼 느껴졌다.


방을 나오자, 내 마음이 조금 이상해졌다.

“근데... 난 좀 낯선 기분이야.”


아빠를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에서는 다른 말이 먼저 나와버렸다.


소율이는 내 말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나도 낯선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어. 많이 놀랐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지금은 괜찮아. “


소율이는 눈가가 살짝 반짝였다.

“이런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고마워.”


고맙다는 말은 내가 하고 싶었는데 소율이가 먼저 해버렸다.

“나도. 너한테 고마워.”


방 안에 있던 소율이 아빠의 눈빛이 계속 떠올랐다.

"소율아, 너희 아빠... 정말 웃고 계시더라."

“응. 오늘 정말 많이 웃으셨어. 내 친구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나 봐.”


‘소율이 아빠가 정말 나를 좋아하셨을 까?’


소율이의 말에, 무섭고 낯설었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우리 아빠가 떠올랐다.




집에 돌아오는 길, 구멍가게 앞에 섰다.

희미하게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와 함께 있었던 시간들이 꿈처럼 하나씩 떠올랐다.


흐릿하지만 아빠와 함께 있었을 때의 추억이 빛으로 변하더니,

달빛 아래 서 있는 구멍가게를 비추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들어와서 엄마에게 안겼다.

“소율이 아빠랑 인사했어.”


엄마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품 안으로 속 안아주셨다.

“괜찮아?”

“응. 따뜻해. “


엄마 품이 오늘따라 더 따뜻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진아,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냐.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 빛나는 것들이 있어.”


나는 엄마의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그날 밤, 꿈에 아빠가 나왔다.

“아빠! “

“우리 하진이, 보고 싶었어.”


아빠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그리고 창고로 나를 데려가셨다.


"하진아, 여기 작은 구멍이 있지? “


벽 한쪽에 손가락만 한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이렇게 작은 구멍만 있으면, 빛이 어둠을 밝혀줘."


나는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구멍으로 나오던 빛이 점점 커지면서 환한 빛으로 바뀌었다.

빛과 함께 아빠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잠이 깼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꿈속에서 본 빛이 여전히 눈앞에 반짝이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창고로 이끌렸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 한쪽, 종이테이프로 가려진 곳이 있었다.

테이프를 떼자 꿈속에서 본 거처럼 정말 작은 구멍이 있었다.


창고의 불을 끄자, 작은 구멍으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 빛을 타고 창고에 숨어있던 먼지들이 떠올랐다.

마치 신비한 춤을 추듯 반짝였다.

신비한 빛을 보고 있으면,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창고로 들어와 신비한 빛을 본다.

그리고 창고 구멍을 통해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이 구멍은 아빠의 세계와 나의 세계를 이어주는 신비한 문이다.



며칠 뒤, 나는 소율이와 다현이를 우리 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우리 집의 신비로운 구멍과 그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번도 버버버 거리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마무리했다.


“진짜 신기하다! 너희 집엔 마법이 있는 것 같아!”

소율이는 너무 재밌다고 박수를 쳤다.


다현이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네 구멍가게엔 진짜 신비한 비밀이 있을 줄 알았어!”


그날부터 나는 '버버버 구하진'이 아니라, '이야기 꾼 구하진'이 되었다.


이제 나는 우리 집의 구멍이 아니라, 빛이 들어오는 문이다.


이제는 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만 찾으면 된다.

그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고, 금세 어둠이 빛으로 밝아진다.


‘구멍가게’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은 어둠을 지나 빛으로 나아간다.



- 계속 -





<구멍가게 신비한 비밀>은 어둠을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희망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이 이미 느끼고 있지만 말로 설명하지 어려웠던 감정들을, 동화를 통해 조심스럽게 마주하 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난과 죽음, 장애라는 주제를 다루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아이의 시선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랍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