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신비한 비밀> - 1화
-1화-
우리 집은 골목길 작은 슈퍼, 이름은 ‘구멍가게’이다.
구멍가게 입구는 언덕길에 반쯤 숨어 있어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늘 오던 단골이나 동네 사람들만 찾는다.
골목 언덕길에 가려서 반쯤 보이는 문을 밀고 들어가면 작은 구멍가게가 나타난다.
오래된 진열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군것질거리, 그리고 작은 장난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어릴 때는 그런 우리 집이 좋았다.
정말 많이 좋았다.
구멍가게의 진열대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문이 하나 있고, 그 문을 열면 우리 집이 나온다.
유치원 때는 구멍가게를 지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마치 마법 같았다.
구멍가게라는 비밀 통로를 지나, 나만 아는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 같은 반 친구 다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구하진은 구멍가게 앞에서 사라져. 거기 신비한 구멍이 있을 거야.”
상상하기 좋아하는 친구라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 뒤로 다현이는 나를 '신비한 구멍 속에 사는 친구'라고 불렀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깨가 괜히 으쓱해졌다.
구멍가게 안 우리 집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다.
지금은 그 공간에 엄마와 내가 살고 있다.
나는 우리 가족이야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왜 엄마와 나만 남았는지를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길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서 가끔 버버버 거릴 때가 있다.
엄마는 그걸 '말주변이 없는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좀 바보같이 느껴진다.
우리 집에는 아빠가 없다.
아빠는 내가 두 살 때 돌아가셨다.
내가 태어나면서 구멍가게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아빠는 공사장 일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장에서 큰 화재가 났고 그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때가 첫째 오빠는 중학교 2학년, 둘째 오빠는 초등학교 6학년, 나는 두 살이었다.
몇 년 후, 성인이 된 오빠 둘은 독립을 했고 구멍가게에는 엄마와 나만 남았다.
첫째 오빠는 구멍가게를 너무 싫어했다.
맨날 "지긋지긋해" "쪽팔려”라고 말했다.
어릴 때 나는 오빠들의 그 말뜻을 잘 몰랐다.
그때 나에겐 신비로운 구멍가게가 너무 특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구멍’이라는 뜻이 얼마나 초라한 단어인지.
그리고 그 구멍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이 얼마나 초라한 모습인지도.
구멍이라는 단어가 정말 싫어진 건, 초등학교 1학년 ‘그날’이었다.
단짝친구 다현이가 자기 집에 놀러 오라며 초대해 줬다.
다현이의 집에는 방이 4개나 있었고, 언니 방과 다현이 방이 따로 있었다.
거실도 엄청 넓었고 큰 창으로 빛이 쏟아질 듯 들어와서 집이 참 밝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우리 집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고, 어둡고, 구멍가게 안에 숨어 있는 우리 집.
우리 집과 다현이 집이 겹쳐 보이자,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우리 집이 창피하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집에 돌아가기 전, 다현이가 말했다.
“너의 신비한 구멍가게에도 놀러 갈게. 나 초대해 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현이를 피해 다녔다.
다현이를 초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우리 집은 더 이상 신비한 곳이 아니었다.
'신비한 구멍'은 ‘초라한 구멍’이 되었다.
‘신비한 구멍 속에 사는 친구라는 말에, 어깨가 으쓱했던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창피해서 이불속으로 숨어버리고 싶다.
지금 4학년이 된 난, 친구가 없다.
친구를 만들지 않는 건, 다른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 혼자 노는 게 익숙해지면서 '버버버병'도 심해졌다.
엄마는 "괜찮아, 말주변이 없는 사람도 많아."라고 이야기하시지만.
친구들은 입을 열면 버버버 거리는 나를 흉내 내며 놀린다.
집에서 혼자 놀고 있는 나를 보며 엄마는 조용히 “괜찮아?”라고 물어보신다.
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괜찮지 않다.
이제는 ‘가난’이라는 말이 얼마나 사람을 작게 만드는지,
‘쪽팔리다는’는 말이 어떤 기분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초라한 단어가 자꾸만 나를 구멍 속으로 숨게 한다.
이제 나는,
신비한 구멍가게가 아닌 초라한 구멍가게에 숨어 있는 '버버버 구하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