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맘의 가족동화

<그냥... 우리 집은 그래> - 3화

by 글쓰는 맘


- 3화 -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그림 발표가 있는 날이 되었어요.

가족 대신 강아지나 애완동물, 애착 인형을 소개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어요.


나는 교탁 앞에 서서 우리 가족을 그린 그림을 펼쳤어요.

손이 떨려서 종이가 조금 흔들렸어요.

엄마와 나 그리고 외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우리 가족은 아빠가 없어. 우리 엄마는.... 미혼모거든."


잠시 떨리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어요.

“우리 집은 다른 가족들과 조금 달라. 그래도 나는 그냥 이런 우리 집이 좋아. 그리고 나를 너무 사랑해 주는 우리 가족이 너무 좋아.”


나는 안 떨리는 척 두 눈에 힘을 주었지만, 입술과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어요.

“그냥... 우리 집은 그래. 그리고 난 그냥 나은이야. 앞으로 그냥 나은이라고 불러도 돼. “


내 말이 끝나자.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어요.

그리고 곧, 담임 선생님의 박수소리가 들렸어요.

담임 선생님 박수에 아이들이 다 같이 박수를 쳤어요.

선생님이 내 옆으로 와서 말했어요.

"가족은 집집마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겉모습보다 가족들이 함께라는 마음이 더 중요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어려운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하게 눈만 꿈벅거렸어요.

나는 할머니가 해주신 구름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아마도 비슷한 이야기 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는 담임 선생님을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선생님도 나를 보며 조용히 웃어 주셨어요.


수업이 끝나고, 민주라는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수줍게 말했어요.

"나은아, 너... 진짜 멋지더라."


나는 놀라서 민주를 쳐다봤어요.

"내가?"


민주가 살짝 고개를 떨구고 고민을 하더니 말했어요.

“그냥 나은이라고 소개한 거. 멋있었어.”

“고마워.”


민주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을 이었어요.

“사실 용기가 없어서 가족 소개 안 했어. 나는 아빠랑 오빠랑 셋이 살아. 우리 아빠는 이혼하셨거든.”


난 민주의 말에 놀랬어요.

민주의 말이 내 마음을 '툭' 하고 건드렸거든요.

“아...”


민주는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어요.

"선생님이 가족 소개 안 해도 된다고 하셨을 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거짓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 거든...

근데 오늘 네 발표를 듣고 놀랐어. 가족 대신 애착 인형을 소개한 내가 창피하더라."


창피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군 민주를 보며 지난주가 떠올랐어요.

선생님이 나 때문에 가족 소개를 안 해도 된다고 말하신 줄 알고 자존심 상했던 순간이 떠올라 창피해졌어요.

'나만 고민한 게 아니었구나. 민주도 고민을 했구나.'


나는 민주를 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민주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어요.

정말 따뜻한 손이었어요.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친구가 말없이 손을 잡아준 건 처음이었거든요.


"편의점 갈래?"

민주가 말했어요.

“내가 살게."


민주는 내 손을 끌더니 편의점으로 데려갔어요.

우리는 딸기 우유를 사서 편의점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마셨어요.


“나은이 너 아침마다 화단에서 혼자 뭐 하더라. 뭐 해?”

“어. 개미구경도 하고 지렁이도 보고... 요즘은 민들레가 하얗게 털북숭이가 돼서 민들레 홀씨 날려.”

“그거 진짜 멋지다. 같이 해도 돼? 나도 아침에 혼자 가거든. 아빠가 오빠보고 나 데리고 가라고 하는데 오빠가 창피하다고 맨날 먼저 가.”


나는 민주의 투정 섞인 표정이 귀여워서 미소 지었어요.

“좋아.”


민주와 나는 내일 아침 민들레 홀씨를 날리기로 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도 민주가 한 얘기가 계속 맴돌았어요.


“나은아, 너... 진짜 멋지더라.”


민주와 함께 마신 딸기 우유의 달콤함이 입 속에서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 미소가 흘렀어요.




다음 날부터 나는 민주와 함께 하얀 민들레 홀씨를 하늘에 날렸어요.

“마음껏 날아가서 멋지게 피어나!" 외치면서요.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어요.


우리의 웃음에 장단을 맞추듯, 민들레 홀씨가 춤을 추며 날아가요.

낯설고 새로운 곳을 찾아 날아가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에요.


춤을 추며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를 보면서 민주가 말했어요.

"우리도 멋지게 날아서 예쁘게 피어날 거야!"


민들레 홀씨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겠죠.

그리고 새로운 땅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서 피어날 거예요.


가족도 그런 느낌이들어요.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이 닿는 어딘가에서 춤을 추다가 뿌리를 내리겠죠.

그리고 각자 다른 모양으로 자기답게 피어날 거예요.


이제 나도 알아요.

민들레 홀씨처럼, 우리도 어디서든 멋지게 피어날 거라는 걸.



- 끝 -




미혼모 부모의 입장을 쓰려니 조심스러웠습니다.

좀 더 깊이 고민하고 수정해서,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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