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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버틴 육아, 꿈으로 나아가며

글 발행까지의 용기!!

by 글쓰는 맘


‘눈치’가 병인 아줌마


5년 전쯤인 거 같다.

영상작가 학원을 다닌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이론이 어느 정도 끝나고 작품에 들어갔을 때.

글을 쓰고 학원생들끼리 평가하는 게 힘들었다.


고민 끝에 작가님께 물어봤다.

“글은 진짜 쓰고 싶고. 글 쓰는 게 좋은데. 내 글을 꼭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할까요?”


작가님은 한심한 듯 나를 보더니.

“그럼 집에서 일기나 써.”

라고 명쾌한 답을 주셨다.

작가학원을 다니는 작가지망생이 하는 질문하고는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글을 쓰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평가받고 평가하는 게 힘들었다.

학원에 수업에 이런저런 핑계로 졸업을 못해서 다시 듣거나.

끝까지 들었지만 과제물 미제출로 끝내기도 했다.

학원을 4년 다녔지만.

제대로 완성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코로나로 육아를 해야 한다는 핑계.

늘 두 아이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다는 변명.

육아라는. 변명과 핑계들로 눈치를 보며 숨었다.


육아를 버티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글쓰기를 버티기 위해 육아를 잡고 있는 거 같다.


사실 아직도 학원에서 내주신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숨어 있는 중이다.

숨어 있는 동안.

혹시 영상 시나리오가 나랑 맞지 않을까 싶어서.

웹소설도 썼고. 지금은 동화를 쓰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방황하며 생각했다.

글을 쓰고 싶은데.

본업으로는 힘들 거 같다.

지금은 육아를 핑계로 숨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다 크면 숨을 곳이 없다.


그래서 6년 중 1년 반 동안은 보육교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아동학 공부를 했고.

이제는 유아교육 공부를 준비하고 있다.

동화를 쓰며 아동학 공부를 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

내가 늘 다루는 주제인 "가족애"를 더 단단하게 하는 공부가 되고 있다.

그리고 동화의 소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계속 생각해 보니 부모 교육이나 가족 상담 같은 분야를 공부하면서.

글쓰기를 병행하기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렇게 또 숨을 곳을 만들고 있다.




6년 동안 이런저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을 했다.

'난 글을 쓰면서 왜 계속 숨기 바쁘고 변명 투성이 일까?'

아마도 눈치 보는 습관이 병이라 그런 거 같다.


눈치 보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였다.

늘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지금도 시댁 눈치, 남편의 눈치로 힘들어한다.

시부모님께 한 번도 "아니요"를 말해 본 적이 없다.

늘 "네" 아니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남편에게도 무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말할 때.

몇 달을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꺼낸다.

남편에겐 쉽게 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진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서없이 이상한 얘기로 흘러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눈치를 잘 봐서 결혼 전 사회생활을 할 때는 그럭저럭 잘했던 거 같다.

눈치껏 알아서 잘 기어 다니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이 쉽게 하기 싫은 일을 떠넘기기 쉬운 성격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눈치를 병처럼 달고 다니는 아줌마가.

"일기 쓰기"에서 "글쓰기"로 넘어가는 것은 대단한 변화이다.

특히 글쓰기라는 것을 업으로 해본 경험이 없는 보통 아줌마가.

마흔이 넘어 글을 쓰는 삶을 택한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브런치 서랍에 글을 저장하고 발행하기까지 몇 년 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5년?

브런치 폴더를 만들어서 글을 계속 써넣기만 하고.

이 글을 올릴까 말까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내 글 솜씨가 창피했고.

다른 하나는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대한 창피함도 있다.


늘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용 스토리만 고민하다가.

“나”라는 사람을 글로 써보려고 하니 자신이 없었다.

"나"라는 재미없는 사람을 나처럼 글재주 없는 사람이 어떻게 써내려 갈까?

내가 발행을 누르기까지 두려웠던 것은 아마도.

“작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문가처럼 잘 써야 한다는 생각.


브런치북 연재는
지금까지 숨기만 했던 나의 도전이자 목표이다.


브런치는 글쓰기에 지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나의 노력이자. 발버둥이다.

이 도전과 목표가 무사히 마무리되는 날을 기도해 본다.


마흔에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고 6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작가 공부를 잠시 뒤로 미루고.

동화를 쓰고 있는 지금.

썼다는 말은 좀 창피하고.

그냥 혼자 공부하며 계획 없이 무작정 끄적였다.

끄적인 것들을 무작정 공모전에 내고.

결과는 늘 공모전 탈락이었다.

사실 예상했던 결과라 큰 타격은 없었다.

지금은 어떤 장르를 떠나서 글쓰기라는 거 자체를 좋아하는 거 같다.


"하지만 단지 실수가 두려워서 경직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쏴라. 올바른 동작을 취했다면 손을 펼치고 시위를 놓아라. 화살이 표적을 빗나가더라도 다음번에 더 잘 조준할 수 있는 법을 배울 것이다."

- <아처> 파울로 코엘료

이제 망설임 없이 활을 쏜다.

활을 쏘고 자꾸 나를 위로하고.

한없이 작아진 나를 발견한다.


글을 쓰면서 내가 나를 설득하고.

글을 쓰면서 변명이 많아진 거 같다.

그리고 자꾸 숨을 곳을 찾기도 한다.


"세상 무엇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알아야 한다. 때가 되면 네 손을 펼쳐 네 의도가 제 운명을 따라가도록 놓아주어야 한다." - <아처> 파올로 코엘료


글을 쓰는 것은 삶이라는 커다란 세상 속에서.

미세하게 작은 나란 존재를 알아내려는 부단한 노력인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초라하지만 나란 존재가 살아 있다는 외침 같다.




-글쓰기에 재능은 없지만 글을 씁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 어느 날 갑자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아무 이유 없이 좋아졌습니다.

삶을 버텨내려는 발버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읽고 쓰는 일을 이제는 너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삶 속으로 파고든 사랑스러운 글쓰기가.

이제는 숨 쉬 듯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유 없는 다정함이 창작이 돼 듯.

이유 없는 사랑이 나를 매일 살 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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