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백만장자> 두 번째 이야기
이 책의 "챕터 6 - 차별수정 정책, 가정 스타일"을 공부하기에 앞서서,
“왜 일정 부분에 있어서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배울까? 생각해 본다.
차별이라는 기준은 너무 다양해서,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책이다.
20대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뇌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들고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으로 다시 한번 마이클 샌델을 애정하게 되었다.
이 책의 일부 내용에서처럼 '노력하면 다 된다'는 착각은 사실 사회가 만든 사탕발림일 수 있다.
노력과 결과가 과연 공정한가를 평가할 때 그 잣대가 이미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정이라는 것', '차별은 당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답을 찾기 가장 어려운 주제일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들은 "겸손, 존엄, 연대"로 요약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막상 내가 겪어내야 할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나 역시 어떠한 기준에서는 공정하지 못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어렵지만 계속 마음에 새기며 노력하는 태도에 가치를 두려 한다.
이런 조심스러운 마음을 바탕으로 <이웃집 백만장자>의 챕터 6을 시작해 본다.
“차별수정 정책, 가정 스타일”
백만장자의 성인 자녀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자립적이다. - p268
이 책에서는 부유층 딸들의 특징으로 A형 주부와 B형 주부라는 기준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이 두 타입은 정도는 다르지만 부모로부터 재정적 혜택을 받고 있다.
A형 주부는 고소득을 올리는 성공한 남자와 결혼하는 경향이 있고, 대개 노령이나 병든 부모 돌보기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받는 EOC와 유산은 부분적으로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P270
A형 주부는 노부모를 돌보고 의료 문제 같은 큰 짐도 지기 때문에 부모들뿐만 아니라 나머지 형제자매들에게도 매우 큰 도움이 된다. -P271
B형 주부들은 경제적 EOC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원도 필요한 성인자녀로 보인다.
이러한 주부들은 돈을 스스로 벌지 못하고 늘 부모나 남편에게 경제적인 것들을 의존한다.
이 책에는 A형과 B형을 '주부'라는 기준으로 예를 들고 있다.
이런 기준의 이유가, 여자가 남자보다 경제적인 교육을 덜 받고 경제적 부담을 덜 주는 것이 사회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유층 부모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돈 벌 기회에 있어서 남녀 차이가 많은 곳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대개 딸들을 위해 나름대로의 경제적 차별 수정정책을 가지고 있다.” -p273
그리고 의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예로 ‘신데렐라 사라’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라라는 인물의 아버지는 사라가 아주 어렸을 때 자영업을 시작했고 부자가 되었다.
"사라의 아버지는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관해 아버지는 사라와 견해가 달랐기 때문에 자주 갈등을 빚었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여자의 인생이란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결코 집 밖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여자들은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져서는 안 되며, 남편을 내조하고 심지어는 종속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p281
"사라는 부모에게 연민을 느꼈다. 특히 아버지에게 더했다. 부유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 희생하면서 매우 열심히 일해 온 아버지는 자식들만큼은 그토록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도록, 자립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도록 만들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부유한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열심히 일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을 감내하는 의지와 능력이었다. 어쨌든 아버지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를 잊어버렸다." -p285
여성을 A형 주부나 B형 주부로 나누는 기준이 너무 구시대 적이고 현재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기준이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남녀의 차별을 떠나서 이러한 유형 자체가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성인이 가족 중에 있는 경우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를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연재에 EOC를 공부하면서 다루었지만,
부모가 자식을 의존적인 성인으로 키우면, 그들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결국, 부모인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내가 자라던 시대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비교적 공공연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만 해도, 딸 셋을 낳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집살이를 해야 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인간적인 시집살이와 남편의 폭력에 노출된 엄마와 딸들에게 ‘여성차별’이라는 경험은 무의식 속에 두려움과 분노로 쌓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어른이 되면서 머리로는 그 시절을 ‘시대적인 한계’라고 이해하게 되었지만,
무의식 속에 자리한 '차별과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공정함에 대한 기준을 말하는 일은 사실 조심스럽다.
‘가난했고, 차별받았던 여자’라는 기억이 이미 내 시선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가난하거나 차별을 경험하며 자란 사람들이 돈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중요한 키워드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에게 돈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될까?
이 책에서는 어릴 때부터 배우지 못했고, 아무도 돈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그 말에 공감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제는, 마냥 위로만 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아이를 책임지는 부모의 자리에 있다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두려움 속에 머물기에는 우리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우리 연구에서 누가 두려움과 걱정이 비교적 적은 사람으로 나타났을까? 500만 달러의 신탁 계정을 가진 사람일까, 아니면 수백만 달러를 일구어 낸 자수성가한 기업가일까? 매일 위험에 맞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 온 기업가들이 일반적으로 두려움을 덜 느낀다. 위험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기업가들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p357
돈 앞에서의 두려움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누구에게든 두려움은 ‘안정’을 좇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무작정 두려움과 싸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안정과 위험'은 어쩌면 양극에 가깝고, 그 사이에서 각자에게 맞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안정도, 지나친 위험도 삶을 단단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돈 공부를 하며 느끼는 것은, ‘적정한 위험’과 ‘적정한 안정’의 기준은 각자의 성향과 삶의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도 정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을 나의 삶에 비춰 보며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태도 말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각자 부모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받아들이며 다음 방향을 찾아간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모가 되면서 돈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 싸울 기회가 더 많아졌다.
아마도 나만 혼자 어떻게 살면 된다는 선택이 아닌 챔임 져야 할 자녀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는 부모를 강인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준다.
덕분에 '돈'을 진심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