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이 '내 일'이 되면 비로소 겸손해진다

자식문제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

결혼한 지 십수 년이 지났고,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지만 육아는 매 순간이 어렵고 새롭다.


최근에 작은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큰아이는 코로나 때 입학을 해서 신입생 맘경험을 제대로 못해본지라

남들이 해야 한다고 조언은 하교 후 놀이터에서 친구 만들어 주기 노력을 2주 정도 해 보았다.


가만히 지켜보아도 우리 아이가 내 맘처럼 썩 인싸스럽게 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대신 놀아줄 수 없는 노릇이니 불편한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리고 지켜보았다.


어느 날은 잠자기 전 아이가 나에게

"엄마, 나는 00이랑 놀고 싶은데, 00 이가 나보고 따라오지 말래"라면서 울먹거렸다.

순간 울화통이 치밀면서 입 밖으로 쌍욕이 나올 뻔했지만 꾹 참았다.;;;

내가 이렇게 비이성적인 인간이던가.

하지만 그 순간의 분노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해왔을 때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 아닐까 한다.


이터에서의 상황을 되짚어 보니, 그 친구는 자신과 더 스타일이 맞는 개구쟁이 친구와 놀고 싶었고, 우리 아이는 그 아이에 비해서 덜 재미있는 메이 트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재밌는 친구에게 밀려서 우리 아이는 뻘쭘하게 친구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었고, 몇 번 오퍼를 하다가 거절당하고 그 서러움이 잠들기 전 복받친 것 같았다.

나는 아이에게는 최대한 쿨한 척 "**아, 00 이가 너랑 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그 친구 마음이지. 너도 다른 친구랑 놀면 돼. 좋고 재밌는 친구 많아.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나서 나는 화가 나서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먼 훗날 내가 할머니가 되고 나면 지금 이 순간을 가볍게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 속이 상해 견딜 수 없었다.


지금까지 아이 친구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남의 일인 줄 알았다.

큰아이는 큰 노력 없이 인싸스러운 아이였다. 항상 주변에 좋다고 따라다니는 아이가 꼭 한 명은 있었고,

그래서 친구 걱정 없이 지냈던 것 같다.

나나 남편도 상항 무리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어서

누군가가 아이들 친구문제로 고민하면

내심 '지금 바쁘고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뭐 저런 사소한 문제로 고민을 하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얼마나 교만한 생각인가!!!

'남일'이 '내일'이 되니 비로소 겸손해지는 순간이었다. ;;;


그리고, 혹시라도 나의 교만한 말이나 행동으로 그동안 상처받았을 나의 친구들, 자녀의 친구엄마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진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 10여 년 일을 하고,

법무법인을 운영하면서,

법률상담업무, 소송진행업무, 법무법인 경영 관련 수많은 무거운 업무를 처리하면서

가슴 철렁할 일을 수도 없이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어렵고 힘든 문제가 바로 자식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문제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애를 쓴다고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더더욱.

아이가 커갈수록 그런 문제들이 더더욱 많아질 것 같다.


나에게 겸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자녀에게 고마워해야 할까.


우리 아이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내가 더 이상 하교를 안 가보기로 결단.;;;

매일 학교를 즐겁게 가는 것 보면,

내가 화났던 그 일이 엄청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던 듯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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