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차 부부의 화해내공
얼마전 가족휴가때 있었던 일입니다.
친정부모님과 오빠네가족, 동생네 가족 다같이 대가족이 1년만에 모여서 큰 펜션을 빌려서 놀기로 했고, 다들 신나게 모였죠.
펜션입실 전 한 식당에 모여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족이 조금 늦게 식당에 들어서는데 식사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동생에게 살짝 물어보니 “엄마아빠가 싸우셨어! 아빠가 음식 조금만 시키라고 해서 엄마가 너무 속상해서 집에간다고 하셨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항상 엄마가 맞춰주는것에 익숙하고, 가부장적인 스타일로 살아온 아버지는 오늘도 본인의견대로 고집하다가 엄마를 폭발하게 한 것이죠.
그런데 다행히 엄마는 집에 간다는 말만하고, 진짜 집에 가진않았습니다.
대신 꾹 참고 고집쟁이 아빠옆을 지키고 앉아계셨습니다.
저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은 냉랭한 부모님의 분위기에 눈치보며 밥을 먹었습니다.
여행초반부터 이런일이 있으니, 여행망했다 싶었죠;;
그런데,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오는 길에 엄마가 서비스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두잔을 뽑아서 들고 나오셨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하나는 누구꺼에요?”라고 물으니 엄마는 “아빠꺼! 미워도 내가 챙겨야지!느그 아빠밖에 누가있노!”라면서 커피를 아빠에게 건네는 겁니다.
아빠는 활짝 웃으며 좋다고 커피를 받아 드셨구요. 그렇게 부부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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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그 커피 한잔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느낀 감정은 참 복잡다단 했습니다.
저부터도 남편이랑 정말 사소한 일로 감정상하고서, 몇날 몇일을 뾰로통 해서 말을 안하기도하고, 니가먼저 사과하나 내가먼저 사과하나 기싸움하곤 하거든요.
친구들이나 의뢰인들을 봐도 남에게는 참 쿨하고 관대해도 내남편 내아내에게는 뭐가 그렇게 섭섭하고, 못마땅한 것이 많은지요.
그런데 정말 짜증날만한 상황에서도 금세 남편에게 쿨하게 커피를 내미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래서 46년을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있었구나’라는 경외심, 존경심이 생겼어요.
물론 아빠도 그 사건 이후로 여행내도록 자신의 억지에 대해서 온 가족에게 사과하며 자신의 신용카드를 여행모든 경비사용에 기꺼이 내어주시는 진심어린 사죄를 하셔서 더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죠.
엄마가 그 순간에 커피를 내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아빠가 그 커피를 고맙게 받아 마시고 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혼생활을 해본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부부간의 다툼은 대부분이 매우 사소한 문제잖아요. 그런데 그 사소한 문제를 너무 오래 안고 가다보면 싸움이 원인이었던 사소한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미움과 냉랭함이 증폭되잖아요.
엄마아빠의 부부싸움과 화해과정을 보면서,
'저정도는 해야 혼인생활 46년 유지하는 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