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한 달 내내 밤새 보일러를 틀고 잤더니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실평수 20평이 좀 안 되는 집,
게다가 옷방은 난방 밸브도 잠가놨는데 '이 요금이 맞아?' 싶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내라면 내야지.
아이들이 감기로 고생하는 것이 싫어 내내 보일러를 틀고 잤으니,
그래도 병원비 안 들고, 건강한 아이들을 보면 이만하면 괜찮은 기회비용이라 생각이 든다.
난방비 폭탄을 맞고, 신용카드를 해지하고 나니,
소비 절제, 생활비 절약을 향한 의지가 더욱 샘솟는다.
매달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쓰며 고정비(고정지출), 생활비(변동지출)로 나눠 지출 관리를 하지만, 매번 오버 지출이 발생해 속이 답답하다.
야무지게 살림하고 싶어 가계부 앱도 쓴 지 오래인데, 이 정도 수준이 되니 가계부는 그냥 폼일 뿐이다.
정녕 네 식구 생활비가 모자란 것일까?
남편에게 생활비 인상 요청을 해야 하나?
주부 자존심에 생활비 인상은 도무지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 집 한 달 생활비를 오픈하자면,
고정비 (공과금, 보험료, 렌털료, 기부금, 통신비, 어린이집 등)
80만 원
생활비 (식비, 생활용품, 의복, 쇼핑 등)
100만 원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비 100만 원이다.
지난 6개월간의 평균 지출 내역을 뽑아봤다. (2024.7~12월)
표를 보면, 대략 23만 원 정도 오버 지출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금액만 봤을 땐 외식, 간식, 쇼핑/의복 지출에서 오버 지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커피, 군것질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건강만으로는 동기부여가 조금 부족했다. 그런데 오늘 확실한 동기부여를 받는다.
쇼핑 지출도 줄여야 하는데, 아직은 정확히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더 무서운 건, 상세 지출 내역을 눈 씻고 봐도 내 생각에 불필요한 소비는 없었다는 것이다. (에어컨 커버는 불필요했나?)
내 고민을 읽기라도 한 듯, 유튜브에는 무지출 챌린지, 생활비절약 브이로그, 현금생활 주제의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많이 보인다.
마음 같아선 나도 현금생활을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한데,
일단 카드 해지로 인한 적금 메꾸는 것부터 해결해야 그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 같다.
절약왕 등극은커녕, 소비 절제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나...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