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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구역별 물건 비우기

by 슈퍼버니

작년에 대대적인 물건 비움 후

한동안 유지기를 보내던 우리 집.


연휴 동안 뭔지 모를 답답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한 번 더 물건을 비울 때가 돌아온 듯했다.


물건이 넘쳐나는 집은 아니지만,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불필요한 물건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비움 의지를 한껏 불태웠다.


오늘 하루 동안 비워낸 물건을 구역별로 정리해 봤다.


주방

비빔냉면, 라이스페이퍼 - 유통기한 지남​

요플레 - 유통기한 지남. 평소 플레인만 먹던 첫째 아이의 호기로운 선택. 그러나 입맛에 안 맞았는지 더 이상 찾질 않음​

갈릭 디핑소스 - 유통기한 임박. 먹을 계획 없음​

두반장, 블랙 올리브, 유아 음료 - 개봉한 지 오래됨​

식판 뚜껑 - 필요 없음. 식판만 사용함​

도시락통 - 애들용. 애들 먹는 양이 늘어나면서 더 큰 도시락통을 사용하게 됨


거실

고구마 - 진작에 세탁실로 옮겨두었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고구마는 싹 난 것도 먹어도 된다지만, 싹이 무럭무럭 자라 있어 영양분이 다 빠져나갔을 듯​

아이들 어린이집 작품 - 크리스마스 지남​

사인펜 - 안 나옴


아이들 방

의미 없는 장난감들


아이들 방은 수시로 비웠더니, 자잘한 것만 몇 개 나왔다.


옷방

머리띠, 머리핀 - 사용 안 함​

한복 - 사이즈 작아짐​

애들 옷 - 얼룩, 사이즈 작아짐​

여름 내의, 속옷 - 얼룩, 변색​

양말, 남편바지 - 보풀 심함​

핸드로션 - 뚜껑 분실, 개봉한 지 오래됨​

마스크팩 - 유통기한 지남

아이들 옷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애들 옷은 어차피 쉽게 지저분해지니까 '한 해만 입히자' 생각하고, 그동안 얼룩이 좀 져도 모른 체하고 꿋꿋하게 어린이집에 입혀 보냈다.

그런데 이렇게 얼룩지고 지저분한 옷들을 한 곳에 모아보니, 내가 너무 심했나? 너무 무심한 엄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한 내 새끼들, 명품은 아니어도 항상 단정하고 깨끗하고 이쁜 옷을 입혀줘도 모자란데..

못난 엄마가 절약한답시고 아이들 옷까지 치사하게 통제했다. 후회하고 반성한다.


세탁실

유리세정제 - 오래됨

세탁실이야말로 물건이 넘쳐나는 공간인데, 항상 비우기가 쉽지 않다.

당장은 필요 없어도, 머지않아 꼭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자꾸 비우기 망설여진다.

게다가 물건 하나하나 따져보면 차지하는 공간도 별로 크지 않아 '세탁실이 워낙 좁아서 그렇다'라며 소유를 정당화하게 된다.

비움을 위해 선반을 없애볼까? 둥지 파괴를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일단 일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


화장실

수건 - 누렇게 변색됨​


변색된 수건 4장을 비우고 그 자리에 새 수건을 채웠다. 남편이 거래처에서 받아온 수건이라 거래처명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지만, 소재가 고급지고 촉감도 보들보들해서 좋다.


비운 수건은 쇼핑백에 모아 남편에게 전달했다. 이후에 남편이 한 번씩 차 닦을 때 사용하고 버리면 된다


현관

신발 - 사이즈 작아짐

가위 - 테이프도 못 자르는 절삭력

지난가을에 샀던 딸아이의 구두가 벌써 작아졌다.

아이들 발이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신발을 살 때 넉넉하게 두 치수는 크게 사야 할 것 같다.

길어야 한두 해 신고 버리게 되니, 비싼 신발은 사치일 뿐이다.



오늘 하루 동안 비운 물건으로 20리터 종량제봉투 한 개를 가득 채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비울 물건이 꽤나 나왔다.


물건 양에 비해 비운 자리가 별로 티나진 않지만, 그래도 한차례 비우기를 하고 나니 비로소 답답함이 가시고 속이 후련하다.


처음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을 때,

빈 공간에 물건이 아닌 여유를 채우고 싶다 소망했고, 그 바람은 오늘의 실천으로 조금 이뤄낸 것 같다.


열심히 비운 나,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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