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혼집은 10평이 좀 안 되는 미니 투룸이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에 일자 주방과 작은 거실이 있었다.
주방과 거실이 분리가 안되어, 식탁은 자연스레 거실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도 신혼집 입성 후 1~2년은 세 식구가 살기 딱 알맞은 집이라 생각했다.
청소하기도 편했고, 물건과 가구 관리도 힘들지 않았다.
또, 가지고 있는 물건을 아끼는 만큼 정리 정돈에 힘썼기 때문에 살림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첫째 아이의 신체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우리 집은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당시 내 생각에 가뜩이나 좁은 거실에 식탁이 있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고,
식탁 공간을 뺀 나머지 공간을 차지한 소파베드, TV장은 아이가 놀 공간을 부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옷방으로 만든 작은방은 오른쪽, 왼쪽 옷으로 둘러싸여 답답하게만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정리를 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도, 답답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꼭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우리 집에 가득해서 내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이사는 쉽지 않았고, 우리 가족은 그 집에서 4년 넘게 살고 나서야 지금의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지금 이 좁고 답답한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리 정돈만 해서는 결코 이 답답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했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접어들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옷방 정리였다.
봉들로만 이루어진 행거가 한번 무너진 이후,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좀 더 튼튼한 선반 행거 2개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부부의 옷, 아이들 옷을 따로 넣은 5단 서랍장 3개가 더 있었다.
나는 옷방에서 보풀 있는 옷, 구멍 난 옷,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 색 바랜 옷을 모두 솎아냈다.
출산 후 살 빼서 입어야지 하는 바람으로 가득했던 옷들을 미련 없이 비워내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었지만, 결국 다시 입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 대대적인 정리를 하고 나니 선반 행거 하나는 완전하게 비울 수 있었고, 옷이 가득 차 있던 서랍장도 3개 중 2개에서 4칸의 빈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물건이 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걸.
첫 만남 때의 기쁨과 설렘은 머지않아 사라진다는 걸.
오히려 서랍장의 빈 공간이 내 숨통을 트이게 하고 마음속 답답함을 가시게 했다.
빈 서랍장을 보고 싶어 자주 열어봤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나를 웃음 짓게 한다.
옷방 정리는 비워내도 괜찮다는 걸 나에게 알려준 첫 경험이었다.
오히려 그 비움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공간을 선물해 주고, 다시 한번 우리 가족을 위해 내가 움직일 수 있게 해 준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내 미니멀라이프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