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내 물건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일명 소. 유. 욕
네 식구가 좁은 월셋집을 전전하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언니와 함께 방을 썼다.
언니와 모든 것을 공유했지만, 그 와중에 하나라도 '내 것'이 생기면 알뜰살뜰 챙기고, 매일 손으로 매만졌다.
처음 내 방이 생겼을 때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기존에 거실로 쓰는 공간을 내 방이라며 쓸 수 있다 하였을 때,
나는 창문도 열어보고, 방구석구석 살펴보며 감격에 겨워했다.
'여기가 내방이라고?'
'이제 내 공간이 생긴다고?'
비록 반투명 미닫이문이 달려있는 공간이었지만, 나는 20대 초반까지 그 공간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사랑했다.
짝이 안 맞는 이불, 작은 서랍 2개가 귀여웠던 내 책상, 낡아빠진 옷 서랍(열 때마다 끽끽 소리가 났더랬지..),
아, 엄마가 서울역 앞에서 2천 원 주고 사 온 운동화도 얼마나 잘 신었는지..
내방이 처음 생긴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 공간과 내 물건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고 있다.
처음 혼자 자취를 한 짧은 1년,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살림을 하는 지금, 어릴 적부터 가져온 습관은 나의 주변을 부족함 없이, 넘침 없이,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이 집을 아끼고 사랑한다.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결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의 무릎을 탁 치는 신박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 블로그에 남길 이야기는 내가 이 집을,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이야기, 러브레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