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 집의 첫인상

18평. 어떻게 생각해요?

by 슈퍼버니

지난해 추운 겨울, 낯선 동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긴장감은, 숨을 턱턱 내쉬며 빌라 계단을 오를 때까지 이어졌다.

첫 신혼집에서 전세사기를 당하고 4년이란 긴 시간을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듯 하던 우리 가족에게 이 집은 터널의 끝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렇게 현관문을 들어선 내가 느낀 이 집의 첫인상은


'참 넓다'


오전 11시, 이 집 거실은 햇빛이 들어올 때였나 보다.


참 밝고, 참 넓었다.


당시 살던 집의 2배 평수인 집은 모든 공간이 조금씩 더 넓었다. 방도 하나 더 있었고, 화장실도 2배만큼 넓었다.


18평, 넓고 밝은 공간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거야'


오래된 먼지와 불필요한 옵션들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새로운 사계절, 새로운 풍경을 매일 아침 맞이하고 있다.



이사 온 지 2년째.

나는 여전히 우리 집이 넓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리 집을 넓다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작은방 하나를 아이들의 놀이방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매일 집안 여기저기 장난감을 들고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잘 준비를 하기 전, 이제 정리하자~ 하려 하면, 어느새 우리 집은 꼬마 손님들이 휩쓸고 간 키즈카페 같다.


둘째 아이와 말이 통할 무렵부터, 아이들에게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장난감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도 잘하기에, 나는 굳이 '작은방에서만 놀아!' 말하지 않는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집의 목적 중 하나는 가족의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집. 1층 집은 아니라 맘껏(전혀) 뛰놀지는 못하지만,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집을 위해 크고 작은 물건을 비워냈고, 지금은 만족하며 지낸다.



18평. ​어떤 이들은 '네 식구가? 복작복작하겠구먼' 할 수도 있다.


같은 집을 보고 좁다고 생각하는 사람, 넓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 우리 집보다 더 큰 평수의 친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집안 곳곳에 물건이 많아 넓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물건 비워내기를 하면서 여러 유튜브 영상과 책을 섭렵하였다. 정리수납을 좋아하고,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은, '내 소중한 공간을 물건에게 내어주지 말자'였다.


물건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


그럼 나처럼 '엄마 최고!' 하는 세상 제일 기분 좋은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