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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Jul 18. 2019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 - 스밥 138회 차

제스처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콕스스페이스의 '꿈'

※ 이 글은 스밥 에디터 운영진 강유림님이 작성하였습니다. 


호스트: (前) 아이디스 부사장 / (現) 다이노스밴드 대표 류병순 박사님

게스트: 제스처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콕스스페이스 팀

밥집: 판교 시추안하우스





엔지니어와 비즈니스맨, 언뜻 생각하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사람들입니다. 설명해 줘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기계도 척척 다루며, 가끔 천재인가 싶을 정도로 두뇌 회전이 빠르지만, 어쩐지 사람 대하는 기술이나 세상 물정에는 약간 어두울 것 같은 이미지의 엔지니어들.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야 하는 비즈니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실제 엔지니어 출신으로 창업 일선에 뛰어든 CEO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요? 138회차 스밥에서는 바로 이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들, 그것도 최근 스타트업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이 만났습니다. 역대급으로 케미가 터졌던 138회 스밥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제스처 인터페이스? 그게 뭐죠?


콕스스페이스 제품 시연 영상


과거에는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입력 장치가 있어야만 기기를 다룰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시와 같은 터치 인터페이스도 많이 사용되고 있죠. 제스처 인터페이스는 여기서 더 진화된 다음 세대의 인터페이스입니다. 위 콕스스페이스의 제품 시연 영상처럼, 내 손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기기에 원격으로 신호를 보내는 기술이죠. 단순히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향후 증강현실이 보편화되면 가상의 디스플레이도 제어할 수 있게 해 주어 점점 더 주목받게 될 기술이랍니다!




콕스스페이스 팀의 지난 1년


콕스스페이스 팀은 이미 십여년을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에서 탄탄하게 기술력을 쌓아 온 실력파 엔지니어들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셨다고 하는데요. 창업과 동시에 그 자신감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막 창업했을 때만 해도, 곧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저기서 나를 모셔가려고 하고, 앞다투어 투자가 들어오고. 한 마디로 말하면, 신생아 같았죠. 그것도 건방진 신생아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 플랜을 A, B, C까지 세워놨었는데, 그게 다 실패하고 나서야 그걸 알았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사업을 하는 친한 형에게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갔던 김호연 대표님. 형이 제일 먼저 한 말은, ‘이게 뭐야?’ 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뼈아픈 말. 너는 사업 하면 안 될 사람이다, 엔지니어링만 알았지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지만, 대표님은 한번 더 부탁을 합니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무엇을 했는지,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기초의 기초부터 적힌 그 리스트를 빠짐없이 실천하며 조금씩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때마침 JTBC 스타트업 빅뱅에 출연하며 여러 멘토분들을 만나면서 처음에 비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대표님은 회고합니다. 요새는 같은 형님께 사업계획서를 들고 가면, ‘말은 좀 되네’라 한다고 하시네요.



콕스스페이스 김호연 대표님 (좌)



 가장 어려운 게 사업계획서였는데, 조금 마음이 놓여요. 기술은 진짜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와… 기술 얘기를 사람들이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어요.”





힘들지만, 후회는 안 해요


좋은 회사에서, 좋은 연봉을 받고 다니시던 잘 나가던 엔지니어 호연대표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하십니다.


명함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는 생각을 처음 직장생활 시작할 때부터 줄곧 했어요. 내가 아니라 회사가 대단한 거고, 저 사람과 내가 갑을 관계인 게 아니라 저 회사와 우리 회사의 관계가 그런 거다. 그런데 주변에서 계속 나를 명함으로 대하니, 내가 남보다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막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속해 있던 팀이 존폐 위기를 한번 겪고, 그 일로 주변에 엄청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분들을 보고 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부터 10년간 창업을 준비했어요.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잘 때가 많은데도, 전성기 때 건강을 되찾은 것처럼 이상하게 힘들지가 않다는 호연 대표님께, 모더레이터 양경준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스밥 양경준 대표님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까요.



사업, 바르게 해도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연 대표님 스스로 ‘사업가 체질’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호스트 류병순 박사님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호스트 류병순 박사님


CCTV 업계에서 세계 점유율 1위까지 차지했었고, 지금도 모범 기업의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아이디스. 하지만 20여년 전 아이디스 공동창업 제의를 받았을 때, 박사님은 오랫동안 망설이셨다고 합니다. 박사님 또한 6~70대까지도 직접 엔지니어링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천생 엔지니어시라, 사업이라 하면 술과 암투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디스에서 해외 수출 경험을 쌓으며 이러한 생각이 180도 달라지셨는데요. 세계 각국의 벤더들과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국 고객의 문제와 솔루션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엔지니어링이든 사업이든 같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리고 사업을 통해 이 고민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하셨습니다.


류병순 박사님은 사업에 대한 편견이 바뀌게 된 계기로 아이디스의 ‘정도경영’ 문화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하십니다. 공동창업자 간에는 불화가 생기기 쉽다는 세간의 생각과 달리, 아이디스는 5명의 초기 공동창업자 분들이 모두 여전히 회사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신데요. 경영의 키를 잡았던 아이디스 김영달 대표님이 늘 바르고 정직한 방향을 고집하셨기에 엔지니어 출신이신 나머지 네 분의 공동창업자들이 오랜 신뢰를 유지하실 수 있으셨다고 하십니다.


아이디스 재직시절 류병순 박사님 ©CCTV뉴스



과거 온갖 편법이 난무하던 닷컴버블 시대, 무리한 사세 확장이나 주가조작, 정부 과제 매몰 없이 정직한 기술로만 승부했던 아이디스. 미련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류병순 박사님은 이 방법이 ‘점점 많아지는 직원들과 딸린 식구들을 생각할 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안전한 방법’ 이었다고 회고하십니다. 실제로 오랜 세월 수많은 위협적인 경쟁사들이 나타났지만 대부분 부정적 이슈 속에 스스로 무너지게 되었고, 아이디스는 별다른 견제 활동 없이도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될 수 있었죠.


김호연 대표님 또한 정도경영이 결국 옳은 길이라는 이야기에 몹시 공감하셨습니다. 특히 주위 어린 창업자들이 이런 저런 소문들에 휘둘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셨던 경험을 말씀해 주셨어요. 물만 줘도 잘 자랄 새싹 같은 어린 학생들이, 누구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다더라, 어느 상한 이하의 투자금은 안 갚아도 된다더라 하는 헛소문에 너무 빨리 노출되고, 아는 것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 소문에라도 매달리게 된다고요. 



골목식당을 보면, 백종원씨는 항상 
기초를 놓친 사장님들에게
기초로 돌아가야 성공한다고 말씀하세요.
저도 스타트업계의 백종원이 되어서,
좋은 제품과 정도 경영으로 성공해
후배 스타트업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 주고 싶어요.
이게 제 또 하나의 꿈입니다.








스밥에게도 꿈이 있다면,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이고 건강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드는 거예요. 학연, 지연이 있는 사람들끼리만 서로 끌어주는 문화 말고, 사회가 도와줬기에 자신의 성공이 있었음을 아는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 창업가들에게 동생 밥 사주는 마음으로 그 도움을 다시 베푸는 문화요. 언젠가 콕스스페이스가 좋은 파트너가 되어, 스밥의 꿈에 동참해 주실 날이 몹시 기대됩니다. :)



138회 스밥도, 무사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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