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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Jan 23. 2024

한파 속 등원길에서

우리집 하얀 그랜저 돌핀이 너와 함께 사라진 후 제제의 등원길에선 부르릉 시동을 거는 대신 씩씩한 발걸음을 걸어. 오늘은 이번 겨울 한파가 찾아온 날이야. 차가운 공기에 바람까지 부니까 따갑고 아프더라. 야들야들 보돌보돌 아직 아기 피부를 가진 제제에겐 그 찢어지는듯한 고통이 더 심했을거야. 


"엄마, 바람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바람이 자꾸 나를 아프게 하잖아. 아 진짜."


엄마의 이름이 브리즈(Breeze:산들바람)라는 걸 아는 제제는 급기야 엄마에게 바람을 멈춰달라고 떼를 쓰는 지경까지 왔어. '엄마라도 바람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잖아~'라고 답하니 바람편을 들었다며 삐지는거 있지. 그러다 신기하게도 바람이 좀 잠잠해지는거야. '어? 엄마! 바람이 멈췄어!' 라고 두 눈이 동그래지는 제제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말했어. 


"제제야, 바람이 제제가 좋아서 뽀뽀를 했던거였대. 제제를 아프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미안하대. 이제 조심하겠다고 하네~"


바람이 자신이 좋아서 뽀뽀를 한 거였다고 하니 제제는 자기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바람이 좋아졌는지 바람에게 뽀뽀해도 된다며 싱글 싱글 웃더라. 게다가 때마침 도로에 붙은 껌딱지 모양이 하트였다구! 제제를 잘 달랠 수 있도록 타이밍 맞춰 낄끼빠빠 잘 해 준 바람에게도 고마웠고, 사랑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라는 제제에게도 고마운 아침이었어.


오늘 아침에도 너가 보내준 사랑은 이렇게 잘 도착했고, 우린 오늘도 사랑 듬뿍 받으며 하루를 열었어.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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