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고 살다보면 <지금,여기>에 있다가도 어느 새 불안의 쓰나미에 휩쓸려 <나중, 저기>에 가 있기도 하고, 막막한 고구마 백만개가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고, 울컥울컥 눈물샘을 터뜨리기도 한다. 어제는 잘 날았는데 오늘은 날개가 있나 싶고 말이다.
예전엔 불편한감정에 발버둥치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턴 그냥 내버려만 두었다. 어차피 지나갈 거란 걸 아니까.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뭐-하며 말이다.
그리고 시인을 선언한 후부터는 마치 보물지도라도 받은 것처럼 살며시 무엇을 발견할까, 기대를 하기도 한다. 아주 조용히, 나도 모르게. 쉿!
불편한 생각과 불편한 감정에 공간을 만들고 주시하며 흘러가기도 하고, 파도에 빠지면 깊이 깊이 저어기 밑으로 내려가본다. 난 보물찾는 비밀용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용감하게 침전한다. 그리도 저어기 밑에 도착하면 예상대로 반짝이는 진주가 보이고 그것을 끄집어낸다.
시인으로 사니 행복하다.
서툴고 초보고 거칠고 맛있지 않아도 많이 많이 끄집어내고 토해내고 나의 모든 형형색색 에너지로 쓰고 쓰고 쓰고 쓰다보면 누군가에겐 맛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내 영혼의 주모님이 내게 차려주신 스프처럼 나도 어느 영혼의 따뜻한 스프를 끓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부푼 꿈을 꾸며 말이다.
혹시 불편한 감정의 쓸모를 찾는다면 너와 나를 위한 ‘만들기’로 재료로 삼아보는 것도 권해본다. 난 글감으로 사용했지만 사진, 그림, 노래, 춤, 연기, 배움 등 함께 도와 살아가는 ’공존‘을 위해 쓸모를 찾으면 꽤 쓸만하다. 어딘가에 나와 같은 자물쇠에 잠긴 누군가를 위한 열쇠를 만들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매일매일
유언처럼
시를쓴다
어느날의
오늘같은
나를위해
- 장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