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린 날의 배움
#우주로쏘아올린질문
오늘 손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남포동까지 나가는 엄마와 딸램과 함께 버스를 탔다. 많은 비는 아직이었지만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탔고, 출구와 가까운 노란색 좌석에 앉으며 들고 있던 우산을 앞좌석에 놓았다.
다른 좌석이 있음에도 노약자좌석을 앉는 것이야 양보를 생각할 수도 있고, 몸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 여러가지 이유로 이해를 할 수 있었으나, 비 묻은 우산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앞좌석에 놓아두는 행위는 어떤 시선으로 번역을 해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과연 자비의 스님은, 부처님은 어떻게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주실까.
이 행동의 잘잘못을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 여인의 순간이 내 세상에 보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며, 이 불편한 감정이 드는 데에는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렇게 난 그 순간부터 신에게 도움을 청하며 숙제가 시작되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동안에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라던데 저 여인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오만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마음과 함께 연민이 올라온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저 여인에겐 말 못할 세상에 쌓인 울분이 있진 않았을까 ㅡ 하는 연민이 또 올라온다. 열심히 착하게 살아왔는데 피하지 못한 갑작스런 병이나 소식 등으로 지금 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 여인의 표정이 어두웠고 자리에 앉아서 새 마스크를 꺼내어 낀 모습기 기억이 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구절이 떠올랐었다. 그리고 마음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사랑의 눈으로 삶을 번역하겠든 내 의지와 바람과 꿈이 있다. 부정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은 내 그릇을 인정하고 똥을 피하듯 피한다. 세상은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하는 공존의 원리를 따르니까.
그 여인을 이해하고 싶어서 글을 써내려가며 지혜를 구했던 내 기도의 답을 찾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역시 우주는 답을 주었다
부디 그 여인이 여유와 사랑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리고 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문제를 풀 수 있게 도와주어 감사하다.
영혼의 주모님의 책에서 버스에서 시끄럽게 첫번째 통화를 하던 여인이 두번째 통화에서 보험사에 전화를 하여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는 일화를 담으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기 연민을 가져야한다는 구절이 상기된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혼이 뼈와 만나는 저 안쪽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저마다 가슴에는 있다.
-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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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린 날의 배움> 으로 이 글의 끝을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 쓰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물음표 달린 질문이었는데 말이다. 감사합니다.
#Breeze #삶의번역 #연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