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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Mar 26. 2022

거짓에 대하여

엄마가 되기 전엔 미처 몰랐던 것 #10

오늘 아이가 유치원 가방에서 플라스틱 가지와 토마토를 꺼내며 '엄마~ 오늘은 이거 유치원에서 주더라? 희한하지~' 라고 말했다. 이틀 전에는 플라스틱 당근을 가져왔다.

어떻게 받은건지 물어보니 대강 화폐와 물건을 교환하는 수업에서 받은 것 같았다.


저녁 쯤 담임선생님께서 일주일간 즐겁게 아이가 원생활 잘 지냈다는 랩업 전화를 주셨고, 난 플라스틱 채소들을 받은 수업이 좀 더 궁금하여 물었다. 선생님의 답변은 아이들이 새로운 반으로 올라와서 처음보는 교구들에 흥미를 가지고 집에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하원 전 가방 검사를 하긴하는데 아마 내 딸이 흥미로워서 가져간 것 같다며 월요일에 앞주머니에 넣어서 보내달라고 하셨다.


유치원 물건은 가져오면 안된다는 것과 거짓말을 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이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작은 6살의 에피소드에 생각이 많아진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졌던 '거짓말은 잘 못된 행동이야'라는 공식에 그런데 말입니다~ 라는 물음표가 이 새벽에 나를 깨운다.


거짓말은 잘못된 행동이니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라고 철저하게 가르침을 받았고 그 가르침을 다시 내 딸에게 전수하고 있는 나.


과연 모든 거짓말은 잘못 된 행동이며 하면 안되는 것인가


어디 아픈데는 없냐는 부모님의 안부 전화에 몸살에 끙끙 앓고 있어도 건강하다고 거짓을 말하는 것도 어찌되었던 결론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으니 거짓말이다. 이 정도 거짓말은 잘못된 행동이 아닌 범주일까. 그리고 이는 해도 되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하나 질문이 생긴다.


거짓말에 따라 수용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해도 되는 것인가


여러 과목의 교과서에서는 분명 진실'만'이 옳은 것으로 나와있었고, 그렇게 살아가야한다고 배웠다. 부모님께도 거짓말과 도둑질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니 '거짓말도 스킬'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덧붙여 거짓인듯 거짓아닌 거짓같은 '꼼수'도 세상살이 스킬 패키지의 한 부분인 것 같고 말이다. 목적없는 거짓말은 없다. 설령 도벽처럼 거짓말을 하면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희열이 목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이쯤에서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혼란스럽다. 거짓말은 잘못 된 행동이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느정도 타협할 수 있는 거짓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수용범위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니가 세상을 살며 알아서 그 기준을 만들어가라라고해야할까. 예를 들어, 세상에는 경력 위조나 부풀리기와 같은 거짓은 상품 광고처럼 어느정도 용인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군가는 알아도 모른다라고 하는 거짓말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스킬이라고 할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거짓말은 비전 실현 후 있게 만들면 된다며 닭이 먼저냐 ㅡ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일다고 알려줘야할까.


진실만이 당연한 것으로 배웠던 내게 거짓과 공존하는 세상은 어른이 된 나도 여즉 혼란스럽다. 책에서 알려주는 공식과 세상살이에서 배우는 해설은 다를 때가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실만이 행하고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된다라고 가르치는 게 내 아이에게 옳은 것일까. 그 또한 거짓말은 아닌가.


엄마가 되기 전엔 공기처럼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함이 아니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내 딸이 납치(?)한 플라스틱 당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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