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박람회 저항행동기 ②
「아덱스 종교단체」
지난 16일 올린 아덱스(무기박람회) 저항행동기를 찾아들어온 유입키워드를 보고 한참 웃었다. 단체도 맞고 신앙이 있는 분들도 다수지만 종교단체는 아니다. 혹시나 검색해서 들어오실 또 다른 분들에게 그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종교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개최되었다. 실제로 무기거래가 이뤄지고, 대중을 위한 에어쇼와 다양한 무기를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가 포함된 전시회였다. 이 전시회장의 앞에서 21일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모인 아덱스 저항행동과 함께 무기거래와 에어쇼, '힘에 의한 평화'의 문제에 대해서 알리는 직접 행동을 하고 왔다.
정말 많은 반응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판이나 비웃는 반응 정도는 애교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개중에는 집회 신고를 통해 확보해 놓은 자리로 들어와 우리의 물건을 걷어차시는 분도 계셨다. 사실 선교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거친 반응이나 무관심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감정적인 대응을 겪게 되어 살짝 놀란 부분도 있고, 놀란 만큼 효능감도 좀 더 느꼈다. 어떤 것이든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무언가 메시지가 가서 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아무리 말하고 전달해도 상대를 변화시킬 수 없을 때의 무력감이 정말 장난 아니니까.
무력감을 이겨내는 힘=종교?
아마 이 지점에서 제일 처음 제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거대한 무언가- 정치, 사회, 국가, 세계정세-를 바꿀 수 없고 내 목소리가 닿지 않으리라는 무력감에 끝없이 헌신하고 투신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어떤 외부의 힘에 의존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하기 쉬운 것 같아서다.
하지만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식적이고 시야에 닿는 응원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활동가들도 의외로 많을 것 같다. 나는 일단 그렇다. 우리가 나눠주는 리플릿을 보고 아이들에게 "저런 활동도 필요하긴 하지."라고 설명하며 지나가는 부모님과 전쟁무기의 피해를 드러낸 피켓에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거리며 지나가는 분들을 보면서, 또 함께 활동하기 위해 모인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지역의 평화를 위한 활동들을 보면서 힘을 낸다. 내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할 수는 없어도 이야기를 하면 한번 더 귀 기울여 들어보고자 하는 친구들과 있을 때 힘을 내고,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왔다고 나를 토닥이는 짝꿍의 말에 기분이 조금 가벼워지며 좀 더 노력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평화를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일반적으로 보통 대중에게,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자에게, 드물긴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지 너무 오래된 이에게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말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한다. 군대와 관련된 개인, 그보다는 정치적 의결권을 가진 누군가, 혹은 그나마 어떤 '조직' 차원에서의 의제로 다룰 수 있는 거대 담론이라는 인상이 있어 어떤 종교/정치단체에서 저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겠지. 그럼 실제로 평화에 대해 말할 권리가 극 소수의 사람에게 있는 게 건강한 상태일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에 있을 때, 운영위원 중 한 분인 김정인 교수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왕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결정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한일병합이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매국노 몇 명에 의해 그렇게 쉽게 결정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절차와 시민들의 실력 행사라는 일종의 제동장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피스모모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무력분쟁의 위험에 대해 조기경보를 울리고 예방책을 찾아나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평화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와 관련된 정치적 사안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 실천하는 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의 탁상공론에 의해 누군가를 죽이는 결정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네가 뭘 알기에 그런 말을 하냐는 반박을 하기 위해서라도 좋다. 더 알아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나도 아직 알아가고,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니 중요한 정보라고는 한 줄도 담기지 않은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이 무기박람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 에어쇼와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통계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힘에 의한 평화'라는 것은 곧 다 같이 죽자는 말 밖에는 안된다는 것을 마음으로는 알지만 아직 조리 있게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나도 계속 공부할 거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될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1년 뒤, 10년 뒤에는 무언가 달라져 있게 되도록. 이런 다짐을 꼭 남겨 두고 싶어서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나가버린 활동의 일기를 쓴다. 그 배움의 과정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 조금 시간을 내어서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https://peacemomo.org/action-momo
어떤 액션을 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https://www.youtube.com/watch?v=JeW3V6Z0fRE&t=2s
*24년 5월 19일 일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