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같은 선배


출근길. 카톡이 울렸다. 5반 선생님께서 올리신 공지였다.


“연구실에 홍시 있습니다. 지금 오시면 먹기 좋게 손질 서비스 가능이요.”

아니! 이게 웬 떡(에 발라먹기 좋은 홍시)란 말인가?


당장 연구실로 달려갔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난데없이 나훈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선생님, 얼른 오세요. 손질된 홍시 있어요.”

“우와! 감사합니다! 근데 웬 나훈아 노래예요?”


“홍시 노래 들으면서 홍시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하하하하하.”


우리 모두는 흥얼흥얼 거리면서 1인 1 홍시를 즐겼다. 그 순간 우리 모두의 도파민 지수는 아마 세계 1등이었을 것이다.


“선생님, 너무 맛있어요. 우리 엄마도 이렇게 안 까주는데. 이렇게 하나하나씩 까주시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맞아요. 저희 엄마도 어렸을 때 안 까주시고 흘리니까 싱크대에서 먹으라고 하셨어요.”


“사실 저도 아들한테 안 까주고 싱크대에서 먹으라고 합니다.”


“아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네!”


“하하하하하.”


껍질이 제거되어 예쁘게 머그 컵에 담긴 봉긋한 홍시는 맛있었다.


집에서 가끔 먹을 때가 있는데 껍질을 제거하기 귀찮아 칼로 반 토막 내어 숟가락으로 긁어먹곤 했다.


완벽하게 손질된 홍시는 부담 없이 떠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정말 편하고도 달콤했다.

다 먹고 나니 포만감이 올라왔다.

오늘 수업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비난은 말아주세요. 정말이었어요. 아마도 도파민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수업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돈 것은 ‘홍시’ 노래였다.


맛있는 홍시를 얻어먹었으니 개사를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마. 귀엽게 봐 주이소. 건치 미소.)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5반 쌤이 생각이 난다.

라떼는말이야 대신 진짜라떼를 사 주시던

5반 쌤이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새라

비가 오면 비 젖을 새라

험한 학교 넘어질 새라

공문 땜에 울먹일 새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5반 쌤이 그리워진다

젊은이들 살뜰히 챙겨주시던

5반 쌤이 그리워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는 홍시 같은 선배가 되어야겠다.


(참, 싱크대에서 홍시 긁어먹던 아들아, 너도 엄마처럼 홍시 까주는 선배님을 꼭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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