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선생님의 물을 사랑한다.
아래에 소개하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정말 그렇구나!’ 할 것이다.
궁금하시다면 일단 읽어보시라! (오늘도 아무도 안 사는 글을 팝니다.)
1. 선생님이 마시는 물
“선생님 그거 뭐예요?”
찬바람이 부니 비염이 심해졌다. 콧물이 흐른다. 텀블러에 작두콩 꼬투리를 넣어 작두콩차를 홀짝홀짝 마시는 중이었다.
“응. 작두콩 차야. 선생님이 비염이 있는데, 비염에 좋다고 해서.”
“저도 마셔볼래요.”
“응? 별로 맛이 없는데?”
“그래도 주세요.”
한 녀석에게 새로 작두콩차를 만들어서 종이컵에 살짝 부어줬다.
“어? 맛있는데?”
갑자기 애들이 서로 달라고 줄을 선다. 당황했다.(이런 것이 바로 입소문인가?)
“얘들아, 이거 진짜 맛없어. 먹으면 분명 후회할 거야.”
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일단 달라고 난리다. 할 수 없이 다방 주인이 되었다.
어떤 학생은 자기도 비염이 있다면서 두 잔을 달랜다. 그 옆에 학생은 자기는 매일 아침 한 잔씩 달랜다. 이 녀석들 보통이 아니다.
2. 선생님이 흘리는 물
“선생님 왜 울어요?”
점심시간에 친한 선배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서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누구보다도 해맑게 웃으셨던 그 선생님의 미소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나한테 달려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숨이 막혔다.
“야! 그만해! 이러다 선생님 죽는다!”
아이들이 갑자기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더니 막 웃는다. 웃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웃음이 났다.
“선생님, 선생님은 웃을 때가 제일 예뻐요!”
이 소리에 나는 다시 운다.
“야, 너 때문에 선생님 또 울잖아.”
얼른 눈물을 훔친다.
“얘들아, 선생님 위로해줘서 고마워. 이제는 정말 안 울게.”
3. 선생님이 빼는(?) 물
“얘들아, 미안한데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까 쉬는 시간에 급한 전화 때문에 화장실을 못 갔어. 정말 미안해. 얼른 다녀올게. 수학익힘책 좀 풀고 있어 봐.”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선생님, 근데 그걸 왜 말해요?”
“응? 선생님이 말해야 너희들이 안심하지.”
“다른 선생님들은 안 말하던데요?”
“근데 너희는 어떻게 알았어?”
“딱 보면 다 알죠.”
“그렇구나. 천재들이구만. 아이고 천재 양반님들! 저 화장실 좀 댕겨와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여라.”
갑자기 콩트가 되었다. 몹시 조아렸더니 통 크게 다녀오라고 허락을 해준다. 덕분에 기분 좋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아이들이 선생님의 물을 사랑한다고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선생님이 마시는 물, 선생님이 흘리는 물, 선생님이 빼는 물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절대 숨길 수 없는 물이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이 물들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물 들은 아이들에게 서서히 스며든다.
유난히 힘든 하루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생각이 있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스며들었다. 몰래 스며들라니까 아주 힘들어 죽겠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꿀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