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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명상


“자, 코로 들이마시고. 1,2,3,4. 2초 멈추고. 다시 입으로 내쉬고 1.2.3.4.”


요즘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명상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가끔 틱을 하는 우리 반 학생 때문이었다. ‘랩으로 전한 진심’이라는 글에서 소개했듯이 그 학생은 틱 증상이 잦아들었다가 불현듯 다시 시작된다. 무척 착하고 배려심 깊은 학생이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명상’이 떠올랐다. 의학 전문가가 아니라서 진단과 처방 같은 것은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좀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는 명상에 대하여 잘 모른다. 명상을 접해 본 것은 예전에 잠깐 요가를 배울 때가 전부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나영 교수님의 4-2-4 호흡법을 접했다. 요가 명상은 너무나 심오해서 잘 모르겠고, 4-2-4 호흡법은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2-4 호흡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4초 동안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배가 볼록 나와야 함) 2초 동안은 호흡을 멈추고 몸에 들어온 산소를 온몸에 돌린다고 생각한다.(좌뇌 1초 우뇌 1초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다시 마지막 4초 동안에는 천천히 입으로 숨을 내뱉는다.


아이들과 함께해야 하니 저녁에 집에서 몇 번 연습하고 다음 날 출근했다.

“얘들아, 요즘 선생님이 부자 되는 책을 보니까 공통점이 있더라.”

“뭔데요?”

“부자들은 아침에 다 명상을 한데. 그래서 선생님도 이제부터 좀 해보려고. 선생님은 꼭 부자가 되고 말 거야. 흐흐흐.”


갑자기 웬 부자 타령? 아이들은 의아해한다. 나는 이미 부자가 된 것 마냥 어깨를 들썩인다. 한두 명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빨리 질문해 빨리!’ 나는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별로 어렵지 않아.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2초 동안 멈추고 다시 4초 동안 내뱉으면 된대. 하나도 안 어렵지? 너희도 한 번 해볼래?”


아이들이 머뭇거린다. 영업의 기술 들어간다.

“야, 부자 된다는데 한번 해보는 거 어때? 이거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

“알겠어요.”

“자, 눈 감아 봐. 코로 들이마시고. 1,2,3,4. 2초 멈추고. 다시 입으로 내쉬고 1.2.3.4. 다섯 번 반복해보자.”


눈을 뜬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은 차분해졌다.(저 혼자만 느낀 기분은 아니길 바랍니다)

“얘들아, 명상해보니까 어때?”

“…”

아이들은 말이 없다.

“첫날이라서 잘 모르겠지? 선생님도 사실 잘 모르겠어. 그래도 꾸준히 해보려고. 언젠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언젠가 내가 진짜 부자 되면 맛있는 거 사줄게.”

“그럼 저희도 매일 해요.”

우와. 흡족한 반응이다. 이 말을 듣기까지 참으로 긴 여정을 달려왔다.


“안돼.”

“왜요?”

“시간 없어. 공부해야지. 오늘 선생님이 방법 가르쳐줬으니까. 다들 집에서 해.”

“아. 같이 해요.”

“진짜? 너희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거지? 내가 다 알거든.”

“아니에요. 저희도 부자가 되고 싶어요.”

“아. 그래? 그럼 매일 아침 수업 전에 같이 명상해도 되겠니?”

“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선생님도 명상에 대해 잘 몰라. 그래서 지금 이것저것 공부하는 중이야. 너희들도 좋은 명상이 있다면 선생님에게 꼭 추천해 줘. 알겠지?”

“네.”


이렇게 시작된 명상은 2주 정도 매일 이어지고 있다. 정신없는 아침, 하루라도 명상을 빼먹을라치면 애들은 기를 쓰고 명상을 하자고 한다. 유튜브에서 좋은 명상 음악을 찾았다며 추천해주는 학생도 있다.


우리의 명상은 엉터리다. 전문가들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명상의 길을 찾아 나선 방랑자들이다. 그 누구도 정답은 모른다. 다만 계속 찾는다. 언젠가는 웅장한 우주의 기운도 찾아지지 않을까? 이런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부담이 없다. 그냥 재밌다. 그럼 되는 거 아닐까?


엉터리 명상이라도 효과만 좋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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