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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May 01. 2024

스시 만드는 한국 대표 선수, 예쁜데? (1)

독일 스시회사 취업 엉뚱 에피소드

  독일에 살면 독일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동양인은 아무도 없었고, 눈에 띄는 중동 아이들 몇 빼고는 머리가 금발 아니면 갈색이라 교실의 대다수 아이가 당연히 독일인들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폴란드, 헝가리, 알바니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민 온 유럽인들이 대다수였고, 독일인은 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 후로 독일인인 줄 알고 대했던 다수의 사람들이 외국인임을 알고 적지 않게 놀랐다. 독일에 살며 각지에서 온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많다는 것은 해외살이의 예기치 못한 장점이다.



잇해피에 취직하고는 놀랍게도 그 경험의 폭이 더 넓어졌다. 여러 아시아 민족이 스시매장에 한 데 모였으니 말이다. 독일에 살면서 다양한 아시아 친구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시범 근무를 한 뒤 정식으로 출근했을 때 베트남 아주머니도, 히잡을 두른 여인도 없었다. 처음 보는 키 큰 동양 아저씨가 일을 하다말고 나를 맞아주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뒤 나더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오라고 했다. 시범근무하던 날 베트남 아주머니에게 이끌려 탈의실에 다녀오긴 했지만 하도 정신없던 날이라 정확히 어딘지 기억이 날똥말똥 했다. 그렇다고 일하던 사람을 데리고 다녀오는 건 아닌 듯 싶어 혼자 다녀와보겠노라고 말하고 탈의실을 찾아나섰다.


'마트 제일 안쪽까지 직진을 한 후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셔터 앞에서 까맣고 큰 버튼을 누르면 셔터가 자동으로 올라갔었지? 그런 다음 눈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탈의실 입구가 나왔던 거 같아. 하지만 그 후 어떻게 했더라…'


  기억을 더듬어가며 탈의실 입구까지 가는데는 성공했지만 캐비넷은 어디 있는지, 캐비넷 어느 칸에 유니폼이 있었는지, 유니폼을 들고 어디로 가서 갈아입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두리번거려 캐비넷을 찾고 캐비넷 모든 문을 열어 유니폼을 찾고 또 다시 두리번 거려 여성직원의 탈의실을 찾았다! 드디어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들려 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확인하고 기념으로 셀카도 찍었다. 정식 첫출근날이니 기억해야지!




성공적으로 옷을 갈아입고 쑥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일을 하고있던 아저씨가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예쁜데?”


오잉, 어떻게 한국말을 하지? 너무 놀라 순간 머리가 멍했다. 예쁘다고 해주는 말에 쑥스럽기도 하고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해 멍하니 가만히 있으니 다시 한 번 말한다.


“예쁜데?”


  앗, 이거 어쩌지. 이런 칭찬에 뭐라 해야하나. 무안한 마음에 가만히 있다가 찬찬히 말을 되짚어보니 이건 독일어로 'gefunden?(발음: 게푼덴, 찾았냐는 물음)'이지 않나?!!!! 순간 너무 창피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예쁜데?’라는 말에 고맙다고 답하지 않은 나를 너무나도 칭찬했다. 왜 나는 ‘예쁜데’라고 들었을까.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지만 내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들은 것이 아니다. 정말 정말 아니다!!! 어이없는 착각이 너무나 황당해 웃음이 터져나올거 같았다. 좀처럼 진정하기 힘든 감정을 가다듬으면 잘 찾았다고 대답하고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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