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포수

by 민하

“엄마! 감독님이 저를 최고의 포수로 만들어 주신대요!”


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숨도 안 쉬고 말을 쏟아냈다.

얼굴은 벌겋고, 눈은 반짝반짝했다.


“최고의 포수?”


내가 되물었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발이 빨라 도루도 잘하고, 수비도 잘하고, 방망이도 잘 치는 포수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포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포수는 덩치가 크고, 다리는 느리고, 대신 홈런을 팡팡 치는 이미지였다.


‘발 빠른 포수라니…?’


그래도 기뻤다.

감독님이 아이를 좋게 봐주셨다는 말이니까.

선수반이라는 길을 시작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쪽 마음에는 ‘조금 하다가 그만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못하는 게 아니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의 ‘객관적인 우리 아이’는 감독님의 말과는 거리가 있었다.

살집은 있는 편이고, 동작은 느리고, 달리기는… 빠르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운동과는 어딘가 어긋난 아이.

이 아이가 운동선수의 길을 간다니, 힘들 미래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아빠 직업이 뭐예요?”


뜬금없었다. 그런 거에 관심이 없던 아이였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혹했었다.

그때 아이 아빠는 조선 설계 일을 하다 조선업의 경기 침체로 잠시 다음 길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왜?” 하고 물으니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감독님이 물어보셨어.”


순간 마음이 묘해졌다.

그래서 나는 짧게 말했다.


“조선 설계한다고 말씀드려.”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호구조사는 안 하는데, 야구단에서는 이것저것 묻는구나 싶었다.

괜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날씨가 풀리자 훈련보다 시합 일정이 훨씬 많아졌다.

아이가 야구를 시작한 지 몇 달도 안 됐는데 시합에 나간다고 했다.

‘이렇게 빨리?’ 싶었지만, 옆에 있던 부모님들은 말했다.


“시합을 많이 뛰어야 실력이 늘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우리는 모르는 채로 믿었고, 믿는 채로 따라갔다.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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