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을 많이 뛰면 실력이 는다?

by 민하

야구를 시작한 지 네 달쯤 되었을 무렵, 경기는 시를 벗어나 전국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경기도 화성.


서울은 가본 적이 있어도 경기도, 그것도 화성은 처음이었다.

아직 수학여행도 가보지 않은 아이가 먼 곳으로, 그것도 1박 2일 일정이라니.

이기면 하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말에 걱정은 자연스럽게 불안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면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운영진의 말투에는 건의나 반대는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고,

주변 부모들 역시 “다들 그렇게 한다”며 당연하게 여겼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빠지면 그만큼의 비용이 다른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구조여서 보내지 않겠다는 선택은 곧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은근한 거리감과 눈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국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아이를 보냈다.


시합을 준비하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이어졌다.

시합비, 숙박비, 식비, 이동 경비.

아이에게 직접 들어가는 비용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시합 전에 감독에게 드리는 돈’이 따로 있다는 말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원래 그래요.”


그 무렵 사회는 김영란법으로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는 작은 선물 하나도 조심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돈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고 있었다.

게다가 우승이나 준우승을 하면 또 한 번 돈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스쳤다.

하지만 아이의 확고한 선택과 주변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 느낌을 애써 외면했다.


그 달 야구에 들어간 비용은

회비 60만 원,

간식비 15만 원,

시합 경비 38만 원,

감독에게 전달된 돈 10만 원.

모두 합쳐 약 123만 원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 숫자를 차분히 계산해 볼 여유조차 없었다.

두 아이를 챙기고 일에 쫓긴다는 핑계로 나는 그냥 지나쳐 외면했다.


그렇게 참여한 시합에서 우리 아이는 선발 라인업 9번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형들이 잘 풀리는 날엔 세 번, 그렇지 않은 날엔 두 번 정도 타석에 섰다.

그 두세 번의 타석을 위해 이 모든 비용을 들이고, 학교 수업까지 빠지는 일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듬해, 우리 아이가 주축이 된 경기에서 아래 학년 아이가 같은 비용을 들여 먼 길을 왔지만 벤치에만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이런 경기 참여가 과연 합리적인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의문을 품었다.


운영진으로 참여한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며 식사와 간식, 숙소를 챙기고, 이틀이 넘는 일정에서는 근처 빨래방을 찾아 아이들 운동복까지 직접 세탁해 넣어주고 있었다. 정말 아이에게 ‘올인’하고 있었다.

반면 운영에도, 시합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는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많은 시합 참여가 아이들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말.

과연 그것이 언제나 옳은 걸까.

유소년 스포츠 전문가들은 기본기와 반복 훈련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잦은 시합은 오히려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체력과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장거리 이동과 연속 경기, 짧은 출전 시간은 경험보다 피로와 소진을 먼저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훈련만 하면 지루해한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그래서 시합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운동은 재미만으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건 결국 반복과 인내, 그리고 스스로를 이겨내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러닝처럼, 재미는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있다.

흥미 위주로만 선택한 길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한다.


‘시합을 많이 뛰면 실력이 는다’는 말.

그 문장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진리처럼 쓰이지만, 지금까지도 나는 그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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