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새벽 출항을 마치자마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 내려갔다. 바다는 그런 아버지마저 삼켜 버렸다. 엄마는 그 일로 말을 잃고 정신을 놓아 버렸다. 그렇게 남겨진 미주는 언니의 망사리도, 아버지의 작업복도,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집에서 말이 사라져 버린 엄마와 함께 살았다.
아침이면 미주는 마당의 물고기 대야를 멍하니 쳐다봤다. 아버지가 잡아오던 반짝이는 비늘도 엄마가 가져오던 조개껍질도 이제 없었다. 대야 속엔 빗물만 고였다가 넘쳤다가를 반복했다. 그 빗물마저 해무 낀 밤이면 자꾸만 바다 냄새를 풍겼다.
마을 사람 그 누구도 미주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 언니를 찾는 이도 아버지를 찾는 이도 없이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미주 집을 제외한 다른 집들은 점점 삶이 풍족해져 더 좋은 곳으로 하나, 둘, 씩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가족을 잃거나 바다 일을 하지 않는 집들만 마을에 남겨졌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달 남겨 둔 어느 날, 옥희 집에서 일주일간 머무는 날이 있었다.
옥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조선소에서 근무를 했다. 종종 일감이 많은 날은 잔업으로 늦게 오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땐 미주가 와서 자고 가곤 했다. 이날은 엄마마저 병원 검사로 외삼촌이 서울로 모시고 가자, 미주도 혼자 남게 되었다.
“자…, 우리 오늘 밤새 달려 볼까?”
옥희는 맥주 두 캔을 가지고 와서는 먹어 보라고 하나를 미주에게 주었다.
“이게 그건 가네? 어째 구했니?”
미주는 낯선 맥주 캔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내 이쯤은 한다. 아이가”
둘은 마주 보며 ‘쿡쿡’ 웃었다.
캔 뚜껑을 딴 순간, 탄산이 ‘팍’ 하고 터졌고, 둘은 ‘짠’ 하고, 캔을 부딪쳤다.
“페페…, 이걸 무슨 맛이라고 먹니?”
미주는 한 모금 ‘꿀꺽’ 마시고 선 얼굴을 찌푸리고 캔을 옥희 쪽으로 치웠다.
“와? 시원하고 좋기만 하고만!”
옥희는 미주 것까지 받아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못 먹겠다. 니, 다 마시라”
미주는 손사래를 치고 안주로 가져온 땅콩만 열심히 까서 한쪽 접시에 올려 두었다.
옥희는 미주 맥주까지 마시고도 냉장고에서 두 캔을 더 꺼내왔다.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했다.
“가스나 센 줄 알았더니만 별거 아니네”
미주는 옥희에게 땅콩을 먹으라며 까놓은 땅콩 접시를 건네주었다.
“참, 미주야.”
옥희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 함안 댁 아주머니 집에 떡 갖다 주러 갔다가 이상한 소리 들었는데…”
“뭔 데?”
“함안 댁 아주머니랑 강 씨 아저씨가 언성 높아가면서 이야기하던데…,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
옥희는 결심한 듯 모든 걸 말하려고 하다, 갑자기 말을 아끼려고 했다.
“먼데? 내 아무 말 안 할 거니깐 함 말해봐라”
미주는 입에 넣으려 던 땅콩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너희 언니랑 아버지 아무래도 바다가 삼킨 게 아닌 것 같다”
미주 손에 있던 땅콩이 우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뭔 말이고? 가스나 제대로 말 안 하나?”
미주의 언성이 높아졌다.
“함안 댁 아주머니랑 강 씨 아저씨랑 다투는 소리를 들었는데 너희 언니랑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더라. 함안 댁 아주머니가 그날 둘까지 팔아먹은 거 아니냐고 강 씨 아저씨한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강 씨 아저씨는 지가 팔아먹고 자기한테 뒤 집어 씌운다고 하고 가만히 들어보니 너희 집 이야기 같아서…”
미주는 손이 덜덜 떨렸다.
“야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고”
미주는 애써 침착해지려고 했다.
“야! 솔직히 이 동네 사람들 고기 잡아서 어떻게 그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니? 니는 뭐 이상하게 느낀 거 없나? 다들 해운대 아파트 간다고 하는데 그 아파트가 어디 한, 두 푼 이가? 물질하고 고기 잡아 팔아서 그 돈이 모아지기는 하나? 니 안 이상하더나?”
옥희는 흥분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울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잔업하고 새벽에 들어올 때 바다에 이상한 불빛들이 가끔 보인다고 하더라 다들 쉬쉬 하지만 뭔지 다 안다 아니가?”
옥희는 뚫어지게 미주를 바라보았다.
“그게 뭔데?”
옥희는 진짜 뭐가 뭔지 모른다는 눈빛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니 진짜 모르나? 햐…, 야…, 완전 반 푼 이네 서울로 대학 간다고 해서 똑똑하다고 생각했더니만 아니네”
“뭐라고 하니, 니 빨리 말 안 하나?”
미주의 눈에서 불꽃이 일고 옥희를 다그쳤다.
“그 뭐고, 외국물건 몰래 가져와서 와서 파는, 거 뭐라더라. 아! 그래, 밀수!”
“밀수?”
미주가 다시 물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새벽 옥희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깡깡이질 하고 오신 엄마는 거실에서 졸고 계셨다. 조선소 일이 아직 끝나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화장실로 갔다. 급한 일을 끝내고 나오다 화장실 창문으로 바다를 내려다봤다. 가끔 창으로 내려다보는 새벽 바다는 달빛이 반사되어 고혹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옥희네 화장실 창은 바다 전망을 다 볼 수 있는 옥희 집에서도 풍경이 제일 좋은 곳이었다.
바다에 떠있는 불빛들 사이로 검은 형체가 보였다. 저게 뭘까 싶어 창문에 붙어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검은 형체에서 작은 불빛이 나오더니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그리고 바다로 포말이 일더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꼬?”
옥희는 갸우뚱하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때 아버지가 현관으로 들어오셨다.
“아버지! 잘 다녀오셨습니까?”
옥희는 눈을 비비며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고 우리 소중한 공주님이 이 시간까지 이 아버지 기다렸나?”
옥희는 웃음으로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다가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 내 화장실에서 이상한 거 봤는데…?”
잠에서 깬 엄마는 부엌에서 아버지 먹을거리를 챙긴다고 바쁘셨고 아버지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벗고 계셨다.
“와? 뭔데?”
“바다에 불 꺼진 배가 손전등 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둥글게 원을 그리고는 사라지던데, 아버지는 그게 뭔지 아나?”
“니 뭐 잘못 봤겠지 그런 게 어디 있니?”
아버지의 웃음 띤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아닌데…”
“니 어디 가서 절대 그런 말 하지 마라 알겠나? 절대 하면 안 된다? 옥희 엄마야! 야! 입단속 좀 시키래”
아버지는 정색하시며 말씀하셨다.
“계집애 쓸데없는 걸 봐가지고는…”
옥희 엄마는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이 일은 한동안 옥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아버지의 당부도 있었지만 그 시절 가수에게 빠져 아이들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정신없이 바빠, 그 기억은 더 이상 옥희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잊혔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다시 생각나게 하는 일을 목격했다.
그날도 옥희 엄마, 아버지가 조선소 잔업으로 늦어져 혼자 집에 있었던 날이었다.
해무로 골목도, 집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바다는 가려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옥희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고 볼일을 다 보고 방으로 들어가려다 갑자기 준비물 주머니를 마을 입구 바닷가에 두고 온 것이 생각이 났다.
“아이고 이 정신 봐라 논다고 정신없어 그걸 나 두고 와버렸네”
옥희는 자기 머리를 쥐어박았다.
미주랑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 바닷가에 들러 조개를 주웠다. 그때 준비물 가방을 돌 옆에 나 두고 선, 가방만 챙겨 집으로 온 게 생각이 났다. 미주는 조개껍질을 모으는 게 취미인지 바닷가를 가면 꼭 조개껍질을 주워서 오곤 했다.
“이 해무에 가방 다 젖어 뿟겠네. 어쩌지!”
옥희는 슬리퍼를 끌고 바다 쪽으로 내려갔다. 해무가 잠시 걷어져 시야가 밝아 별도 보이고 바다에 떠 있는 배 불빛도 보여 기분 좋게 내려갔다.
“잘 좀 잡아 보소”
바다 근처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희는 왠지 들키면 안 될 것 같아 몸을 숨기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강 씨 아저씨랑 함안 댁 아주머니가 연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오늘 이상하게 일이 꼬이네”
함안 댁 아주머니 목소리였다.
“배도 갑자기 고장 나고 온다는 사람도 못 오고 돌아버리겠네. 함안 댁이랑 내랑 둘이서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 그놈들 엄청 독한 놈들이라 일 잘못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 짓 버린다.”
강 씨 아저씨는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무서브라. 진짜 이거 때려치워야 하는데”
함안 댁 아주머니는 연신 옆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일이가? 조용히 하고 빨리 다녀오자, 다른 아들은 시간 맞춰 오기로 했지?”
이 대화를 끝으로 배에 엔진이 켜지고 바다로 들어갔다.
“뭐꼬? 뭔 일이고?”
옥희는 도통 무슨 일인지 몰라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거친 손이 다가와 옥희 입을 막고 귀에 입김이 들어오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쉿!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집으로 가자”
아버지 목소리였다. 옥희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조용히 집으로 올라왔다. 언덕 중간쯤 들어서니 해무가 나타나 다시 바다를 뒤덮고 숨겼다.
아버지와 옥희가 들어오는 소리에 집에 와 계시던 엄마는 부엌에서 아버지 먹을거리를 준비하다 옥희를 보고 잔뜩 화난 얼굴로 말씀하셨다.
“이 가스나가 새벽 무서운지 모르고 어디 갔다 왔니?”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작업복을 벗고 씻으러 들어가다 다시 나와 근엄한 얼굴로 옥희를 봤다.
“옥희야! 니 아버지 씻고 나올 때까지 방에 들어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네…”
옥희는 조용히 대답을 하고 거실 한쪽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나오실 때까지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엄청 혼날 것 같아 눈물까지 나오려 했다.
다 씻고 나오신 아버지는 수건으로 물기를 훔치며 거실에 웅크려 앉아 있는 옥희를 가만히 바라봤다.
“옥희야.”
옥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가슴이 뛰어서 숨도 제대로 못 쉴 것 같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여전히 방금 전 바닷가에서 느꼈던 그 서늘함 그대로였다.
“옥희야, 니는 지금 뭘 본 게 아니다. 알겠나?”
“……네.”
“사람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시 못 주워 담는다. 그럼 누가 다친다. 네가 다칠 수도 있고 우리 가족이 다칠 수도 있다.”
“…….”
“네가 본 건 니 혼자 마음속에 묻어라. 엄마한테도, 친구한테도,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알겠나?”
아버지는 옥희의 어깨를 꽉 잡았다. 얼굴은 서늘함을 담고 있었지만 손끝에는 따뜻함이 올라왔다. 무섭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근심과 걱정 가득 찬 모습에 목 안으로 삼켰다.
“아버지… 그게…”
“쉿!”
손가락으로 옥희의 입을 막았다.
“바다도 사람도 다 들을 수 있다.”
손끝에 바닷물 냄새가 났다. 옥희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 기억은 그날 밤 이후 옥희 머릿속 깊이 봉인되었다. 누군가가 흘려준 말로 잠깐 스며들었다가, 인기가수 노래 가사에 덮이고, 학교 행사에 덮이고, 어른이 되면 그냥 잊혀 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술기운인지, 두 사람의 싸우던 목소리에 용심이 나서인지, 그날 밤의 일을 미주에게 꺼내 놓았다. 맥주 캔은 다 비워졌고 옥희의 손은 무릎을 부여잡은 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미주야… 너희 언니, 진짜 바다에만 삼켜진 거 맞을까…?”
옥희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주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머릿속으로 언니의 물안경, 아버지의 빈 대야, 말을 잃은 엄마의 눈동자 그리고 언니가 가고 난 뒤 자꾸 나타나는 꿈들이 엉켜 들이쳤다. 그날 해무가 다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바다는 하나도 잊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