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mic Art Museum Malaysia 둘러보기
나의 취미 중 하나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는 것이다.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다닐 때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가 박물관이었다. 국립박물관부터 작은 박물관까지 규모는 중요치 않다. 특히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면 반드시 시장, 박물관은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 이 두 장소를 가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나의 박물관 사랑은 거의 홀릭(holic)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취미생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을 겪게 되었다. 설마 1년 넘게 코로나가 갈까 싶었는데 거의 2년을 이놈의 역병(?) 덕분에 문화생활 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2년이었다. 마치 내 인생에서 2년이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랄까?
락다운이 해제되고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서 틈틈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박물관을 검색해보았다. 여전히 작은 사립박물관들은 클로즈(close) 상태였지만 다행히 Islamic Art Mueaum은 오픈(open) 상태였다.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려있었으나 예약하고 볼 수 있는 게 어딘가. 박물관의 오픈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언제 닫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로 예약을 하였다. 예약을 하는데 이름을 묻거나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니라 며칠, 몇 명이 몇 시에 올 예정인지만 확인을 하였다. 예약이 되긴 된 건가 긴가민가 하면서 당일 딸과 함께 박물관으로 향했다.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국가라서 이슬람 문화와 관련한 박물관이 있구나 하는 정도의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막무가내로 갔다고 보면 되겠다. (누군가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만) 어찌 되었든 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도착한 Islamic Art Mueaum.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당연히 이슬람 문화가 중심인 박물관이다. 내가 아는 이슬람 문화란 고작 히잡과 모스크 정도였다.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던 상태였다. 생각해보니 사실 한국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배우거나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슬람 문화라고 하면 세계사 시간에 시험을 위해 암기한 정도. 그리고 편견들...
이슬람 문화에 대해 거의 무지 수준의 내가 이해는 할 수 있을까.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런 한편 오히려 편견 없이 이곳을 둘러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아는 것이 거의 제로이니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를 즐길 수 있을 테지 하는 약간의 무모함까지 더해진 방문이었다.
들어가는 입구 벽의 타일과 건물 지붕 쪽을 보니 이슬람 문화가 물씬 풍겼다. 건물의 위쪽은 마치 모스크의 지붕처럼 비취색의 돔 모양이었고 입구 옆 기둥의 문양도 그러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방문객도 많지 않아 관람하는 내내 조용한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이게 웬 횡재냐.
차근차근 한 섹션, 한 섹션들을 둘러보며 이게.. 이슬람 문화구나 하며 감탄.
코란에 대한 코너부터 전 세계에 있는 모스크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놓은 코너, 도자기와 그릇, 보석과 의류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화려하지만 실용적이라고 할까. 첫 느낌은 그랬다. 박물관 천장이 매우 높아서 규모가 더 크고 웅장하게 느껴졌고 천장은 돔의 형식의 문양으로 화려하고 밝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게 이슬람의 전통적인 문양인가 보구나'하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전시공간이 생각보다 넓었지만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의자들도 구비되어 있고, 내외부 공간에서 이슬람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코너는 이슬람 전통문양이 새겨진 접시나 타일 등이 전시되어 있는 코너였다. 색감과 문양 등은 교과서에서 본 듯도 하고 어디선가 본 듯도 한 문양이면서 낯설기도 한 것들이었다.
색감과 디자인에 취해 한동안 그 섹션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관람했다. 비취색, 초록색과 다양한 색깔들이 조합된 디자인들. 정형화된 패턴의 문양들도 독특했다.
박물관 안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용은 해보지 않았다. 박물관 기프트샵도 다양한 굿즈들을 갖추고 있어서 이것저것 고르는 재미도 쏠쏠. 책갈피, 노트, 자석 등부터 고가의 그릇과 장식품 그리고 이슬람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책들도 구비되어 있었다. 전시 섹션에서 보았던 문양의 접시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조금 후들후들.... 아쉬움은 남지만 관련 책 구입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십 대인 딸아이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웠다는 평을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 저는 이슬람 문화를 전혀 몰랐던 것 같아요. 제 친구 중에 이슬람교를 믿는 친구도 있는데..." 아이도 나도 사실 이슬람 문화에 대해 거의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말레이시아에 몇 년 동안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둘러보면서 잘 모르는 것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지만 설명문도 읽어보고, 그때그때 검색도 하면서 몰랐던 것을 찾아가는 재미(?) (물론... 그렇다고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ㅋㅋ 이것에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다 전~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냥 느끼면 되지 더 무엇이 필요할까. 모르면 찾아보면 되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내가 박물관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모르는 것에 스트레스받기 시작하면 박물관이고 뭐고 가기 싫어지는 법!)
이슬람 문화에 대해 거의 전혀~모르는 수준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편견 없이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관람 후에 오히려 이슬람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한 애기들을 나눌 기회도 되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저게 뭐고 무슨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고...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문화는 이랬었구나. 그런 영향을 받은 거였구나.. 잘은 모르지만 저 전시물은 정말 끌린다... 이런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면서 얻게 된 장점 한 가지를 말하자면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취향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가족이라도 좋아하는 취향은 모두 다 제각각이다. 어떤 그림을 보면서 " 어, 저거 엄마가 좋아하는 색감인데요?" "저건 우리 딸이 좋아하는 돌덩이들인데?" "저거 꼭 우리 가족 같다." 하면서 깔깔대고 웃고 서로의 취향을 찾아가는 그 과정들이 즐겁다. 난 박물관이 교육적 기능만을 가진 곳이 아닌 감성을 공유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곳을 느끼기보다.. 저 정보를 머리에 넣어야 한다는 관념 때문은 아닌지.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에 박물관에 가는 건 정말.. 별로였다. 지루하고 재미없고 피곤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 때 재미가 없었던 이유는, 봐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는데 중요한 것이니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에 정보를 억지로 머릿속으로 밀어 넣어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데.. 왜? 뭐가 좋다는 것인지(내 눈이 이상한 건가. 자괴감을 느끼며) 때때로 나는 이런 의구심이 들었었다.(아마도 나의 무식함 때문이었겠지만 ㅋ) 왜 가만히.. 감상할 시간을 주지 않는지 늘 그게 불만이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여행을 다니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박물관을 즐기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획일화된 방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시선에서 느껴지는 그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니.. 참.. 좋더라.. 즐겁더라.. 그리고 오히려 기억에도 더 잘 남더라...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다른 곳으로 빠진 듯...
결론은 오래간만에 괜찮은 느낌의 박물관을 찾았다는 것!
조금 외진 곳에 있긴 하나 그랩을 타고 가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학생들도 간간히 관람을 오는 듯하고 가족단위의 관람객들도 있지만 북적대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서 관람 환경은 좋다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아이들에게 이곳의 문화를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들은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