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나라이다. 내가 사는 KL(쿠알라룸푸르) 또한 볼거리들이 적지 않다. 그 볼거리들 중에서 나는 '말레이시아 즐기기'라는 제목을 붙여가며 KL안의 박물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을 볼거리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볼거리로 고작(?) 박물관 이야기라니' 할 수도 있지만 즐김의 기준은 개인의 취향이지 않은가. 누가 뭐래도 나는 박물관을 투어를 즐긴다.
두 번의 도전
오늘 즐길거리로 소개할 박물관은 Bank Negara Malaysia Museum and Art gallery( Sasana Kijang, 2 Jalan Dato’ Onn, 50480 Kuala Lumpur)이다. 국립(중앙) 은행박물관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이곳을 알게 된 건 말레이시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이곳 또한 코로나로 클로즈(close) 되었다가 2022년 6월 하반기쯤 다시 오픈되었다.
박물관에 가기로 한날. 그랩을 타고 도착한 곳은 최신식의 건물 앞이었다. 근처에 국립은행도 있어서 그런가 공공기관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그랩에서 내린 시간은 12시 10분. 입구로 들어가는데 가드(guard)가 지금 안된다고 막아선다.
'헐~~ 이건 무슨 상황? 전화로 열었다고 확인했는데 뭐지?' 하며 "왜? 안돼?"라고 물어보았다.
점심시간이라서 안된다는.. 황당한 답변. "박물관이 점심시간이라 관람을 못한다고??" "그럼 기다릴게",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 "1시부터 2시까지는 소독시간이야." 이건.. 또 뭔가.."그럼 박물관 안 카페에서 기다릴게" 그랬더니 거기도 2시까지 닫는단다. '헐~~~~~카페가 왜 닫지?' 이해는 안 되었지만 어쩌겠나. 안된다는 데.
그럼 언제 관람할 수 있냐는 질문에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5시란다.. 2시간을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오늘은 둘러보지 못하겠구나 포기하고 터덜터덜 나와 그랩을 다시 불렀다.
박물관 관람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이지 누구 탓이겠냐만은 다른 박물관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이해가 안 돼서 그랩을 타기 전 다시 물어봤다. "다른 국립박물관도 그래?" 그건 박물관마다 다르단다.. 오! 이런.. 내가 잊고 있었다. 아니 방심했다. 이곳은 말레이시아라는 사실을. 어쩌겠나. 그날은 그냥..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오픈 시간은 홈페이지에 공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때문이라고 한 가드(guard)의 설명과는 달리 오전 관람시간은 10시부터 1시까지였다. 그 일이 있고 이틀 후 다시 방문해서 안내데스크에 확인하니 점심시간이어서가 아니라 12시가 넘어서 안 들여보낸 걸 거란다. 1시까지 다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뭐야. 여기가 그렇게 볼게 많은가'라는 의구심을 가진채 관람을 시작했다.
박물관 입구를 들어오면 큐알코드를 찍는다. 그러면 구글 폼으로 넘어가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게 되어 있다. 별건 아니고 나의 기본정보를 넣게 되어 있었다. 국적, 방문 횟수, 이름 등등.
아마도 관람층을 분석하기 위한 기본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인 듯했다. 관람비는 무료여서 의외였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에서는 관람비를 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곳에서도 관람료를 낼 줄 알았다.
정보 입력 후 안내데스크에 가니 사물함에 넣을 플라스틱 코인을 준다. (이 코인은 관람끝나면 가방을 찾은 후 안내데스크에 반납하면 된다)이것을 받아서 물건 보관함에 가서 가방을 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박물관은 총 4개의 층(Ground, 1st floor, 2nd floor, 3rd floor)에 5개의 전시실(1개의 체험학습장)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3층에 있는 아트 갤러리( Art Gallery)부터 보면서 내려왔다.
Art Gallery 입구 설명문
3층에 내리니 화랑에 온 듯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3층은 아트 갤러리(Art Gallery)이다.
들어서니 조명도 은은하고 전시 동선도 길지 않아서 천천히 둘러보며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입장객 수 제한에 대한 공지를 보긴 했는데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의 수도 생각보다 많았다. 여기에 있는 작품들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작품이라 한다. 작품에 전시된 작가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는 잘 알려진 이들인 듯했다. Mohd Hossen Eras, Tong Mun Sen, Chuah Thean Teng 등. 솔직히 이름은 낯설고 생소했지만 작품들 가운데는 친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3층 아트갤러리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 우리나라도 국책기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상당수 있을 텐데. 일부 계층만이 향유하는 예술작품이 아닌 공공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러한 방법 등을 활용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스쳤다. 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갤러리안 의자에 앉아 멍도 때려가며 오래간만에 여유를 즐겨보았다.
3층을 둘러보고 중앙에 있는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2층에는 Numissmatics Gallery이다. 이곳은 돈의 초기 역사, Moeny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River of coins라고 벽면 한 곳에 동전들이 흘러가듯 긴 흐름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게임 도구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도구들이 전시관 안에 구비되어 있다. 그날도 부모들과 관람을 온 아이들은 이것저것 게임들을 흥미롭게 하고 있었다.
이 전시관에서는 영상을 활용한 방식부터 체험할 수 있는 게임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외국인이 보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갔던 것은 돈으로 사용되었던 여러 모양의 물건(?)이라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의 전시였다. 그곳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초기 역사에서 우리가 아는 현재의 돈(money) 대신 사용되었던 다양한 모양과 크기, 재질의 물건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Money라 불리는 것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변화되어 왔는지 하는 점을 알기 쉽게 보여주었다.
전 세계 각국의 money에서 찾은 한국의 5만 원권 모형
다시 중앙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 다음 전시관을 가본다. 1층에는 3개의 전시관이 있다. 이미 3층과 2층을 둘러보며 슬슬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1층에 있는 것은 Islamic Finance Gallery, Bank Negara Malaysia Gallery, Economic Gallery이다.
이슬라믹 파이낸스 갤러리에는 초기 이슬람의 상업과 금융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고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확대되어 갔는지 하는 내용들을 보여주기 위한 곳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이고, 그러기에 이슬람의 상업과 금융에 대한 이해는 이들의 종교와 역사와도 밀접하다 할 수 있다. 이곳을 둘러보면 전부를 이해하긴 어렵지만 흐름 정도는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이곳을 둘러보고 나니 슬슬 다리도 아파오고 조금 지치게 된다. 넓기도 하고, 많기도 하고.
잠시 숨을 돌리고 힘을 내서 나머지 두 곳도 둘러보았다(사실 이때부터는 대충~보고 지나간 곳도 많다. ㅠㅠ 아이들과 관람을 오시는 분은 시간을 넉넉히~~~ 잡고 쉬엄쉬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본 것은 기억에서 사라질지도..) 박물관 내 카페에 가서 잠시 쉬었다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좀 더 더 보기로 한다.(결국 카페에 들르지는 않았다. 카페는 넓은데 뭔가 휑한 느낌. 사람도 너무 없고 해서 이날 카페는 패스!)
다음으로 둘러본 것은 Bank Negara Malaysia Gallery와 Economic Gallery이다. Bank Negara Malaysia Gallery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역할, 책임, 기능, 업무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중앙은행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발전해왔고, 그곳에서 일한 사람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들 중 대표적인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등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역사와 변천 등을 보여주기 위한 곳이었다. 이곳도 생각보다 볼 것들이 많았다. 설명을 읽고 자세히 꼼꼼히 본다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박물관이다.
Giant Newspaper cutting
Economic Gallery는 말레이시아 근현대의 경제적 변화와 발전, 어떻게 금융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이 발전해왔는지 등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여기를 가장 마지막에 들렀는데 관람한 지 거의 2시간이 되어가는 시점이라 솔직히 다른 전시관보다 꼼꼼히 보지는 못했다. 다리도 아프고, 당도 떨어지고 있던 참이라.. 그렇지만 몇몇 전시물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책의 페이지처럼 생긴 것에 신문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라든가(Giant Newspaper cutting). 인터뷰 영상 등. 지루할 수 있는 주제의 내용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전시관이었다.
Ground 층으로 내려오니 Children's Gallery가 있다. 그러나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당분간 열지 않는다고 하여서 문 밖에서 빼꼼히 보기만 했다.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니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인 듯했다.
드디어 다 둘러보았구나~휴우~~ 하면서 가방을 찾고, 박물관 입구에 있는 기프트샵에 들렀다.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노트, 머그컵, 홀터, 옷, 문구류 등이 있어 몇 개를 골라 계산을 하려고 현금을 내니, 신용카드가 아니면 안 된단다. 현금을 안 받는다는... 하... 그날따라 왜 하필 카드를 놓고 간 건지.. 그날 굿즈 구입의 재미는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흥미로운 박물관을 만나게 된 뿌듯한~ 하루였다. 그리고 엄청나게 피곤한 하루이기도 했다.
세련되고 다양한 전시기법
Bank Negara Malaysia Museum and Art gallery에 대한 전반적인 관람 총평을 하자면,
이곳은 전시 내용도 풍부할 뿐 아니라 전시기법 또한 최근 전시 트렌드를 거의 담고 있다. 전시관 안의 동선이 좀 길긴 했지만 시청각 자료, 체험, 다양한 디스플레이 구성 및 디자인 등 모두가 세련된 느낌으로 전시관의 주제와 특성에 따라 여러 방식의 전시기법을 활용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전시관이 밝고 따뜻한 색감들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어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전시관이었다.
단순히 보는 전시에서 벗어나 있어 그간 다녀본 말레이시아 박물관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다만 보아야 할 전시관이 4개이기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 보지 않으면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듯하다. 혹시 어린아이들과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4개의 전시관을 다 보는 것보다 선택적으로 1, 2개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전시관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이곳을 한 번 더 방문해보려고 한다. 나는 보통 같은 박물관을 2~3번 정도 가곤 하는데 그 이유는 갈 때마다 보이는 것과 관심이 가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박물관들은 해마다 혹은 일정한 주기로 기획전, 특별전 등을 하기 때문에 같은 박물관을 여러 번 간다 할지라도 똑같은 것만 보고 오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하려는 분들을 위한 팁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Tip1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보통 월요일이 휴무인 경우가 많다. 가기 전에 그곳이 어디든 꼭 관람시간을 체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홈페이지 공지를 가기 전에 꼭 확인!
Tip2
특히 이곳을 방문하려는 분은 반드시 긴팔 혹은 카디건을 지참해야 한다. 에어컨이 진짜 세다.
Tip3
그리고 기프트샵에서 무언가를 구입할 계획이 있는 분은 반드시 카드를 지참해야 하시길. 현금 결제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