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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14. 2020

수다 떨고 싶은 마음

수다를 참으며



연결되는 상태에서 활기를 얻던 나는 공감의 언어를 최대한 사용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었다. ㅋㅋㅋ를 남발하며 메신저로 끊임없이 수다 떠는가 하면 누군가의 푸념에 “뭐라고요? 이런!” 과격하게 리액션하기도 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즐거운 대화에 몸과 귀를 기울이는 때가 많았다. 인간관계, 특히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자세라며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혼자만 있진 않았다. 관심은 표현해야 하며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기적절한 때를 찾아 의도적으로 하였고 최선을 다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던 요즘에 수다를 떨 타이밍을 자주 찾았다.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남편과 저녁을 함께 먹게 될 때면 내게 "박찬호 같다"며 귀에서 피날 지경이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대화하냐"면서. 남편이 이미 답을 알려주었었네. 내가 참여하는 수다에 함께하는 이들은 즐거웠을까. 나의 남편처럼 뒤에서는 고막 통증을 호소하고 있진 않았을까. 위로하고자 (참으로) 열심히 뱉었던 말들은 그들도 진정 듣고 싶어 했던가.



한 날은 동료에게 마음을 터놓는다는 명목으로 커피타임을 요청하고는 함께 수다를 떨었다. 하하호호 물개 박수 쳐가며 보냈던 점심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돌아왔는데 헛헛했다. 에너지를 쓴 탓도 있었으나 입을 닫게 되었고 자연스레 귀가 열려 말소리들이 웅웅 거리며 마음속은 금세 소란해졌다. 그 순간 떠올랐던 '받아들임'. 그래, 내버려 둬 보자.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정적 감정의 파도가 휘몰아치며 나도 다른 동료들처럼 일어나서 막 수다 떨고 싶은 욕구가 일렁였다. 그 마음들을 꾹 참고 견디니 결국 끝이 났다. 평온이 찾아온 것이다.






올해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는데 매일 들춰보는 페이지에 잊지 않으려 기록을 해두었다. '알아차림 그리고 멈춤' 오늘 전 직원이 참여하는 신년행사에 나는 말하기를 멈추었다. 때론 듣고 웃어버리기도 했다. 장난스럽게 누군가를 비아냥거리고 싶은 말도 알아차리고는 멈추었다. 공공의 적을 표적으로 삼아 이야기하며 연결되는 느낌도 이제는 끊어버리고 싶어서. 일단은 멈춘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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