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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08. 2020

받아들임, 시작

있는 그대로의 나



왜?


움직이기 전에 꼭 이렇게 물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 것처럼 뇌를 가동하지 않아도 조건반사마냥 물음표가 떠올랐다. '내가? 나만? 너희는?' 처음은 이렇게 시작했고 꽤 오랫동안 물었다. 나에게만 너무 집중한 탓에 다른 사람은 돌볼 줄 모르던 시기를 지난 다음은 근원적이고 원초적이며 호기심에 가득 찬 질문이 일었다. '왜 해야 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계산하며 실리를 따졌다. 득이 되니까, 언젠가 도움이 될 테니까 하면 좋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미루거나 손을 놓았다.



경험치가 쌓이고 나이가 들면 고민이 줄어 마음이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생각이 많았던 나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했다. 어른들은 마음대로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른이라고 불릴만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나는 남편이 생기고 아이가 태어나 지위와 역할이 늘어나면서야 어른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선망했던 나이 먹은 여자가 되었는데. 나잇값 하는 게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쉽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더니 자문자답하며 해결책을 찾을 만한 시간적 여유 없이 해야 할 일이 늘 있는 일상이 있는 삶일 줄은 몰랐다, 정말. 한 동안 '왜 저럴까?' '이럼 좋을 텐데'하고 이해하고자 애쓰며 틈틈이 묻고 답했다. 한편으로는 마음챙김 좀 한다고 자부했는데 남을 배려한다는 핑계 뒤에 어떻게든 비판하고 싶은 나를 마주했다.







물음표를 거두고 그냥 바라본다. '저렇게 하는구나~'하며 이해하려는 제스처도 실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판단이 아니었을까. 있는 그대로 존재하도록 놔두는 것을 다시 시작할 때마다 생생한 안착의 느낌, 변화하는 경험의 흐름에 다시 들어오는 느낌을 경험한다(타라 브렉 <받아들임>)고 하는데. 내버려 두는 것이 이리도 어려웠다고? 날 좀 내버려 둬~라고 속으로만 외치지 말고 나부터 몸에 힘을 쭉 빼고 있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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