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돈가스

by 다애



아기가 몇 개월이지? 5개월이면 길 때 되지 않았나? 돌이면 걸을 때 아냐? 세 살이면 몇 단어 얘기해??


삐뽀삐뽀 119. 산후조리원에 있을 적 아이 키울 때 필수 서적이라고 물려받은 책으로 친정에서 몸조리할 때 며칠 정독한 기억이 난다. 아이에게는 월령에 맞는 발달 순서가 있다. 걷기 전 누워있던 신생아는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다가 어느새 짚고 일어선다.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될 때까지도 일련의 단계가 있기에 기대하게 된다. 이제 말을 할 때가 됐는데..



아들은 책에서 본 발달 수순을 (거의) 그대로 밟았다. 잘 먹지 않은 것만 빼면 큰 걱정거리가 없었다. 그 때문인지 여섯 살의 반항기가 견디기 어렵다. 잘하다가 대체 왜... 혼자 하지 못하겠다고 엄마를 부르는 일이 늘어서 매 순간 아이와 함께 한다. 화장실 다녀오겠단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따라오고. 샤워하기 전에는 옷 벗겨달라, 외출 준비할 때면 옷 입혀달라. 답답하고 막막하여 성장 그림책을 들이고 육아서를 빌렸다.



퇴행일 수도 있지만 발달 단계에 맞다고 하여 한결 마음이 놓였다. 퇴행도 흔히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라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릴 적 성장 단계와는 다르게 엄마(또는 아빠)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지점이 걸렸다. 엄마가 앞서 준비하고 아이가 뒤따르던 시절은 끝났다. 한 인간으로의 아이와 부모가 무엇이든 겪으며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건가. 아이의 발길질과 주먹질을 맞고 엄하게 알려주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처럼. 몸으로 부딪히고 대화로 풀며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취업서비스 지원을 위한 코칭기법을 배우는 직원 연수에서 강사는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각 참여자에 맞는 플랜을 짜야한다며 왕돈가스를 예로 들었다. 커다란 돈가스를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각자 입 크기에 맞게 썰어야 한다. 잘게 잘라먹다 보면 끝내 왕돈가스를 다 먹을 수 있게 된다고. 약속한 일정에 나타나지 않는 구직자에게는 일단 오라고 설득하는 게 좋다. 이불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이에게 구직 계획서를 작성해오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왕돈가스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겠지. 잘게, 그보다 더 잘게 조각내서 건네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동화책에 나온 모양 조각들을 던져보라는 말에 “얍”하고 던지며 헬리콥터를 만들고 다리를 만들어 주인공과 모험을 함께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상상력이 부족하고 걱정이 많은 엄마는 세상에 요술봉이 있냐는 물음에 머리를 굴려본다.



요술봉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직까지 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아이의 왕돈가스를 잘라주는 일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