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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Apr 23. 2021

갑작스러운 일

일이 일어나다



일은 갑자기 일어난다. 사고처럼.






평소 읽지 않던 고전문학을 읽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생경한 책 속 배경을 만나고 단어 뜻을 찾아 읽으며 경제와 마케팅 공부를 한다. 이해되지 않는 세 시간을 보내면 힘이 쪽 빠진다.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반찬 만들 기력이 없다. 밥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싶던 날, 간장과 참기름을 떨어뜨려 슥슥 비벼 먹었다. 아이 반찬 고민을 덜어주었다고 지인들에게 추천한 책은 다른 책 더미에 깔려있다. 뭐라도, 어떻게든 저녁을 차린다.





하루는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취업기업 연락 요망. 의문반 호기심반에 전화를 걸었더니 면접을 보고 싶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가방 멘 채로 통화를 하다 끊었다. 진짜잖아. 생각지도 않던 ‘일’을 상상했다. 2년 전. 일한다는 사실은 좋았지만 몸과 마음이 고됐던 그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 할 수 있을 것인가.





면접을 보고 워킹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생각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었는데. 이렇게도 흘러갈 수 있나. 채용공고를 찾아 열심히 구직 활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구직자로 살아왔기에 이런 상황이 신기했다. 아무튼 모르는 일이다. 어린이집에 홀로 남겨질 아이 학원을 알아봐야 하나.





면접  업체에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간 여유롭게 사용한 시간이 앞으로는 금방 흘러갈 것만 같다. 미뤄둔 일을 앞당기고 약속을 잡았다. 언제 어떻게 일이 생길지 몰라. 오늘 급히 잡은 약속으로 놓친  다른  약속 제안은 다음 주를 기약했다.






주식이 이럴 줄, 코인이 이럴 줄 알았나. 회사 사정이 급변하리라고 남편이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일은 갑자기 일어난다.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도 엄마가 케어하며 일도 하는 건 이상적인가.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일자리를 찾으면 늦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음성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 공부를 이제 막 시작했건만. 일찍부터 매사 염두에 두고 살았다면 지금과는 다를까. 시간 관리에 보다 철저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갑자기.. 왜 이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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