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진심이 되기까지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집에 초대해 놀러 온 어린이집 친구도 책가방을 샀고 동갑내기 사촌도 늦기 전에 책가방을 준비해두었다고 했다. 한 날 그 얘기를 들었다. 벌써 준비해야 하나? 친구가 책가방 선물해주고 싶다고 함께 백화점을 가기로 한 날이 다음 주인데..
얼마 전 전화로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은 아이 엄마에게 1학년 가방은 500그램이 넘지 않는 것으로 크기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고 아이와 직접 가는 게 어떻겠냐고도 덧붙이며. 아이 방학이 곧 끝나니 둘이서만 가자고 했고 친구도 본인이 원하는 가방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한 번 더 되물을 뿐 알겠다며 전화를 끊은 터였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세 명에게서만 들었지만) 다들 책가방 준비가 된 듯 보였다.
놀러 온 친구가 떠나고 아이가 티브이를 보는 동안 맘 카페로 들어갔다. ‘초등학생 가방’, ‘초등학교 입학 가방’을 검색하다 친구가 말한 사실에 하나, 둘, 세 개.. 의견이 늘어났다. 직접 고른 가방에 애착을 가져 좋아한다. 질질 끌고 아무 데나 툭툭 집어던지기에 비싼 거 다 필요 없다. 가볍고 세탁하기 용이해야 한다. 2년 정도 쓰기 때문에 브랜드 안 사도 된다.. 머리가 아파왔다. 의견은 됐고 가방을 보자. 쇼핑앱을 켰다. 다 괜찮아 보였다. 심플하고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을 클릭해서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들이밀며 물었다. “이거 어때? 친구들은 책가방을 샀대. 우리도 사야 될 것 같은데.” 아이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마 친구가 가방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같이 가서 살래?”라고 물었고 아이는 그 질문을 덥석 물어버렸다.
여태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간 곳 보다 더 멀리 갈 거야. 열두 시까지 가야 하는데 출발시각이 이미 늦어버렸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아야 했다. 초등학교 입학은 예비 초등맘인 내게 더 큰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별생각 없어 보였으니까. 금방 지루해진 아이와 버스 안에서 이번 정류장에서는 누가 내릴지 몇 명이 내릴지 내기를 하며 도착했다. 횡단보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불이 바뀌어 아이 손을 잡고 뛰어가며 백화점으로 가는 길을 설렘으로 채워갔다.
유아매장에는 책가방이 많았다. 브랜드마다 가방이 꼭 있었다. 원래 이랬나? 가방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신발을 살 무렵에는 길 가는 사람들 신발만 보이는 것처럼 책가방을 사려고 마음먹으니 가방만 눈에 띄었다. 아이는 한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이 가방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바로 사자고 했다. 친구와 나는 다른 곳에도 가방이 많다며 둘러보자고 했고 그런 식으로 다섯 군데 정도를 들락날락했다. 이모와 엄마,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은 달랐고 끝내 아이의 취향이 승리했다. 그러려고 간 거지만 못내 아쉬웠다. 세탁은 꿈꿀 수 없는 홀로그램과 LED 등이 부착된 파란 가방.. 처음 괜찮다고 했을 때 그냥 질렀어야 했구나. 세탁도 용이하고 디자인도 무난했는데. 이 가방 저 가방 다양하게 구경해서 눈이 높아진 아이였다. 더 나은 가방이 있겠지. 많이 보면 그중에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겠지 싶어 다 둘러본 거였는데. 메고 다닐 가방 주인은 이제 막 일곱살을 벗어난 아이였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한자 퀴즈를 하며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꺼내서 착샷을 찍었지만 어째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들뜨는 것 같다. 아이는 어제 본 만화를 또 보고 싶어 할 뿐 사진을 찍자마자 쪼르르 거실로 나가버렸다. 저 아이가 초등학교를 간단다. 가방은 준비했고. 이제 마음의 준비가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