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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29. 2022

중고 물품의 등급

쓰던 물건을 파는 일



실제로는 저렇게 안 한다.




폐차하는 공장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부속품들은 모조리 뜯어내고 차를 압착한다. 다시 들어간 공장 내부에는 찌그러진 차들 뒤로 새 차들이 보인다. 한 작업자가 조심스럽게 범퍼를 떼어 바닥에 둔 매트 위로 살포시 내린다. 문짝도 분리하고 에어컨 버튼이 있는 부품, 다른 조작식 버튼들도 마찬가지다. 해체된 부속품들이 모인 창고를 보며 집게형 굴착기로 마구 뜯어내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됐다. 그대로 재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디. 새 차는 물론 아니었고. 얼룩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붓으로 틈 사이 먼지를 털어낸 뒤 말끔해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판매글에 첨부했다. 모든 과정은 이를 위한 수순이었으리라. 감탄하는 내게 남편은 카메라가 있으니 저러는 거라고 했다. 실제로 저렇게 하겠냐, 작업대도 없는 걸 보면 평소에는 저렇게 안 할 거다. 음.. 내가 보기에는 작업대만 없는 것 같은데.





남편은 중고로 물건을 팔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리 얘기했을 것이다. 중고 판매를 30회 넘게 한 내게 작업대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이고 살 사람이 반드시 있으니. 연식이 된 자동차는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부품 상태가 좋으니 값을 높게 받을 수 있다. 비용을 지불하는 입장에서는 중고라도 새것 같은 제품을 사고 싶을 테고. 사용한 물건이라도 물건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집 정리를 하며 중고 마켓 어플에 내놓은 물건들은 어땠는가. 몇 번 입지도 않은 아동 스키복은 시중가보가 높게 내놔도 연락이 왔다. 디자인이 고급스럽기도 했지만.. 아이 일상복은 사이즈가 작아서 못 입을 뿐 계속 입히고 싶은 옷을 싸게 내놓았다. 브랜드 옷이나 심플한 디자인으로만 모아서. 그럼 누군가는 사간다. 사용 횟수가 많아도 한철 입을 생각하면 새 옷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 돈 받고 팔기 어려운 물건이 있었다. 그릇은 자주 쓰고 가벼운 것만 남기고 무거운 도자기는 드림했다. 생활 흠집도 많고 음식을 담고 먹는 것이니 (내 기준에는) 판매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중고 판매한 물건들 중에는 원가가 제일 비쌌다.





아이가 장염으로 이틀을 끙끙 앓았는데. 이틀째 되는  아침으로  죽을 겨우 받아먹고는 바닥에 쪼그리고 누웠다. 소파로 들쳐 옮긴  안방에서 이불을 가져와 덮어주고는 세탁이   빨래를 가지러 갔다. 거실을 지나 베란다에 옷을 널고 다시 주방을 향하려는데 아이가 불렀다. 엄마,  이대로 내버려  거야?  계속 내버려 두는 거지. 놀고 싶은데 힘이 없어서  수가 없어.  생일은 언제지. 생일선물로  레고를 받으면 좋겠다. 그것만 있으면 힘이  텐데.. 애처로웠다. 새로운 지역에서 친구도 없이 심심한데 아프기까지. 딱하다.  저금통에   들고 마트로 장난감 사러 가자. 대신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은 동생들에게 물려주는 거야. 어때? 아이는 이제 갖고 놀지 않는 로봇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대다 보니 누가 사줬고 금액이 얼마였는지 대략적으로 생각이 났나 보다. 사줄  얼마인지, 비싼  사준다고 알려줘서 런가.. 주지 말고 팔라고 말을 바꿨다. 중고 거래 자주 하는 엄마 아들이라 여덟 살에 이런 말이 나오는구나.





장난감을 닦고 망가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야겠지. 깨끗한 배경 앞에서 밝은 조명 아래 사진도 찍고. 값은 얼마로 매겨야 할까. 전부 제 값 주고 산 것들인데. 얼마에 내놓아야 팔릴까. 시세도 봐야 할 것이고. 각이 나온다. 남편.. 이게 중고 거래의 실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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