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5년 2월, 유튜브를 시작했다.
2018년? 닥터프렌즈 채널, 닥터딩요처럼 의사 선생님 유튜브의 시조새같은 채널들이 나올때부터
'아,,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이거 유튜브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근데 대체 무슨 얘기를 할건가? 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
내가 사람들한테 할 얘기가 뭐가 있지?
할 말이 없었다.
2.
2022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원래 대학병원 교수로 일을 해야지.. 그게 제일 안정적이고, 연구도 지속할 수 있고..
내가 원했다기보다는, 그저 그게 가장 괜찮은 길 같아서 가려고 했는데.
레지던트가 없어서 당직을 서야 되고,
어렵게 둘째 임신을 하고 싶었는데 계류유산이 되었다.
아이를 돌봐주러 와계신 시어머니와 남편의 갈등은 심했고,
4살인 아들은 엄마의 당직을 힘들어했다.
그런데, 지금 이 일을 꼭 해야만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그만뒀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의 결정에 모두들 놀랐다.
나는 목표지향적이고, 효율을 따지고, 계획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아깝다."라고 얘기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박사 논문을 위한 연구비까지 신청해둔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그만두고 약 20개월을 쉬었다.
그 사이 둘째 출산도 했고, 박사 학위도 땄다.
등록금 낸게 너무 아까워서 끝까지 해냈다.
교수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남편의 근무지때문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했고,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부산에 자리가 없어
2023년 울산의 한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근데, 와.... 왜 이렇게 치매 환자가 많은거야?
나는 원래 신경과중에서 말초신경 전문이었기 때문에,
큰 병원에서는 주로 세부 전공에 따른 환자를 봤는데,
일반 종합병원에서 신경과 진료의 대부분이 치매라는 걸 알게 되었다.
뇌경색 환자도 있는데, 내가 있는 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급성기 치료가 안되는 병원이다.
문제는, 치매 환자의 진료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 내가 별로 도움이 안되니까.
환자와 소통도 어렵고, 약을 쓴다 해도 좋아지는 경우가 드물고,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그 이야기는 뭔가? 내가 돈을 벌 수 있겠냐는 거다.
가치를 만들어내야 돈을 버는거 아니야?
본능적으로 무서워졌다.
그렇게 많이 공부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의사가 될 때만 해도, 보람있게 돈을 벌 수 있겠지 했는데 말이다.
3.
2023년 10월 복직즈음부터
둘째 출산 후 68kg 까지 불어난 몸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게 됐는데
다이어트과학자 "최겸"님의 유튜브를 보면서 다이어트를 성공했다.
내 몸의 변화가 신기해서 몸의 "대사"라는 걸 다시 공부했고,
기능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을 공부했다.
그동안 내가 진료 중 느꼈던 많은 답답함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근무하는 병원이 환자가 많지 않아서 공부할 시간이 많았다.
내 몸이 건강해지고, 변화를 느끼고,
진료에 기능의학적 접근을 적용하면서 일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도 많아졌다.
신기한 건,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했더니 세포의 에너지 대사효율이 좋아지면서
짜증도 줄어들고, 체력도 좋아지고, 피곤함도 개선되었다.
4.
2025년 2월, 이제 할 이야기가 생겼다.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하면서 좋은 점: 공부를 계속 하게 된다. 응원의 댓글들을 보면 좋은 분들의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된다. -> 내가 만나는 환자들에게도 더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게 된다.
삶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삶의 해상도가 올라간다.
5.
원래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근데 과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한가? 고민이 되서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유튜브 구독자가 5000명이 되는걸 보면서, 신기했다.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구나.
아. 사실 나 하고 싶은 이야기 더 많은데,
이렇게 2년만에 (우리 둘째가 두돌이 지났으니) 완전 다른 삶을 살게 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써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했다.
그런데 멤버쉽을 운영한다고? 이거 꼭 해야 할 명분이 더 생겼다!!!
신청하려고 하니 3개월 이내 글을 3개 써야 된다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6.
이 두서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제 유튜브가 혹시 궁금하시면 유튜브에 "컨디션메이커"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거의 다이어트 관련한 컨텐츠가 20개 업로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요.
만약에,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유튜브 꼭 시작해보세요!!!!